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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

녹슨 기찻길

by 송영희

벚꽃이 흩날리는 간이역

모든 것이 멈춰있다

정지된 시간 위로

역사에는 자물쇠가 채워지고

다니던 기적 소리도 함께 묶여 있다


학교 가던 귀남이

개장수 봉팔이 아저씨

떡 팔던 순자 어머니

지금 어디서 다 무얼 할까

녹슨 철로에는 풀꽃이 피는데

세상에서 밀려난 기차소리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정겹던 시간이 접힌 역

먼 길 같이한 길이만큼

만남과 이별의 수는 얼마나 될까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백열등은 사위어 가고

차창 붙은 벚꽃 몇 잎 침묵 속에 그리움을 들춰본다


유년이 들어있는 기찻길

수없이 많았던 발자국은 어디에도 없고

차디찬 회오리바람만 불고 있다

녹슬고 헐거워진 기찻길

적막이 상처를 보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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