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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30. 2021

폐역

녹슨 기찻길

벚꽃이 흩날리는 간이역

모든 것이 멈춰있다

정지된 시간 위로

역사에는 자물쇠가 채워지고

다니던 기적 소리도 함께 묶여 있다


학교 가던 귀남이

개장수 봉팔이 아저씨

떡 팔던 순자 어머니

지금 어디서 다 무얼 할까

녹슨 철로에는 풀꽃이 피는데

세상에서 밀려난 기차소리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정겹던 시간이 접힌 역

먼 길 같이한 길이만큼

만남과 이별의 수는 얼마나 될까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백열등은 사위어 가고

차창 붙은 벚꽃 몇 잎 침묵 속에 그리움을 들춰본다


유년이 들어있는 기찻길

수없이 많았던 발자국은 어디에도 없고

차디찬 회오리바람만 불고 있다

녹슬고 헐거워진 기찻길

적막이 상처를 보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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