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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30. 2021

기차 안에서 생긴 일

옹알이

  울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기차표를 급하게 구하다 보니 남편과 같이 갈 수 있는 좌석이 없었다. 남편은 뒤쪽 좌석이고 나는 맨 앞이었다.

  그런데 내 좌석에 와 보니 젊은 아기 아빠가 7개월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자고 있었다. 내 자리에는 아이의 물건으로 가득했다.

  젊은 아빠를 깨워 물건을 치워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이와 함께 곤히 자는 모습에 깨울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나는 밖으로 나와 기차와 기차 사이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 아이 아빠가 깰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십 분  정도 지났을까 승무원이 다가와 승차권을 보여 달라고 했다. 내가 승무원에게 사실대로 말하자 승무원은 창 너머로 내 자리를 쳐다보더니

  ''제가 이야기해 드릴까요.''

  ''그러지 마세요. 잠깐이라도 푹 자도록 내버려 두세요.''

  ''불편하지 않으시겠어요.''

  되묻는다. 나가 괜찮다고 말하자 그때야 승무원은 내 곁을 떠났다.

  달리는 기차의 창밖을 내다보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갓난아이를 데리고 혼자서 기차를 탄 아빠의 속사정을 알리야 없지만은 왠지 측은하고 안쓰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대전역에 다 달았을 때 방송이 커서인지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깨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자리의 물건을 치우느라 손놀림이 빨라졌다.

  ''천천히 하세요. 괜찮아요.''

  아이는 아빠의 무릎에 앉혀졌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초롱초롱한 두 눈은 별빛처럼 아름다웠고 옹알이는 지저귀는 새소리 같았다. 왜 혼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아이의 옹알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차는 어느새 서울역에 도착하였다. 서툰 아빠를 도와 아이의 물건을 챙겨줬다.

  그러자 그는 겸연쩍은 얼굴로  아내가 많이 아파서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러 간다고 말했다. 차라리 듣지 말

것을 가슴은 먹먹하고 할 말을 잃었다. 겨울보다  더 추운 아이 아빠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힘내세요. 모든 일이 잘 될 거예요.''

  아이 아빠를 뒤로 하고 집에 오는 내내 갓난아이의 웃음과 옹알이가 내 눈과 가슴에 박혀 떠날 줄 몰랐다.

  아이의 웃음만큼 아빠의 웃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며 흔들림 없어 살아  주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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