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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29. 2021

생각이 방전되었다

나의 오십 대

폐암

폐소

폐경

나의 오십 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라지는  걸까, 소멸되는 걸까, 닫히는 걸까

생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머릿속에 새겨진 무늬는 지워지지 않았다

붉게 죽어 가는 시간

노란 하늘 숨찬 도시가 구겨지고 을 잃은 채

바람이 가는 방향과 시간이 가는 길목마저 놓쳐버렸다

할 수만 있다면 얼어 터진 가슴을 장작불에 녹이고

신음소리는 내지 말아야 했다

군가를 물어뜯고 싶을 때는 낮달을 보고

아름답게 슬픔을 삼키기로 했다


삭아가는 뼈마디에 침묵을 베고

생의 퍼즐 조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면

그림자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지금 어느 역을 지나고 있을까

매운바람에 생각 없이 가슴만 울컥거렸다

어둠이 발목에 닿을 때까지 도시를 헤집고 다녀도

쉴 곳은 없었다


달이 떠오르기 전에

사람 사는 세상에서 밀려난 파문들을

가슴 한쪽에 묻어 두고 나는 나를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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