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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29. 2021

하이패스 카드

백화점 적립카드

  남편은 나에게 하이패스 카드를 바꾸어야 한다며 새 카드를 주었다. 그런데 요금소에 지날 때마다 윙윙거리며 영업소로 가라는 문자가 떴다.

  남편에게 하이패스 카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새 걸로

주었는데 그럴 리가 있냐며 당신이 잘못 끼워서 그런다며 나를 나무란다.

  장마철이라 습기 때문인가 싶어 손수건으로 잘 닦은 다음 다시 끼웠지만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하이패스 기기에 문제가 있나 싶어 하이패스 대리점에 들렀다.

  그런데 기기에서 카드를 빼 훑어본 직원이 하는 말

  ''이 카드는 백화점 적립  카드인데요.''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정말 백화점 적립카드였다.

  ''어머머, 이게 웬일이니.''

  코믹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일을 내가 저지르다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차로 돌아오는데 대리점 직원의 어이없는 웃음소리가 귀에 맴돌며 남편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전화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험한 말을 할 게 뻔해 가까스로 퇴근 후에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은 그럴 리가  없다며 지갑을 가져왔다. 백화점 적립카드와 색깔이 비슷한 하이패스 카드는 남편의 지갑 안에 다른 카드와 함께  떡하니 누워 있었다.

  ''가 당신 머리 나쁜 줄은 알았지만, 돌 인 줄은 몰랐네.''

  핀잔을 주자 남편은

  ''우리는 천생연분일세.  나는 돌이고 당신은 쇠니.''

   ''그래 누구  탓을 하겠어.''  

  손수건으로 닦을 때라도  카드를 잘 보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남의 탓으로 돌리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만  했다.  눈도 안 좋고 헐렁한 바지 사이로 시린 바람이 들어오는데 이젠 서로의 실수를 지적할 나이보다 안 아줄 나이다

다독이며 살자. 축축한 물기 다 발산하고 메마르고 가벼워진 어깨에 붉은 노을이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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