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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pr 07. 2022

단팥빵

아버지의 웃음




병마로 온몸이

종이학처럼 얇아지더니

불 꺼진 방에 배게도 없이

굽어진 채로 누워  있는  아버지의 등


어쩌다 만지면 사라질 것 같고

불을 켜면

영영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단팥빵을 옆에 두고 나오는데

방문 앞을 따라 나오는 다정한 목소리

나는 세상에서  단팥빵이 제일  맛있더라


꾹꾹 눌러둔 감정이

소리의 파장으로 얇아졌다

환한 웃음 뒤로 신호등이 점멸되듯

홀연히 시간 밖으로 나앉은 아버지


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숨죽여 기도하던 작은 몸은 어디에도 없었다

방 한가운데 놓고 간 단팥빵


아버지의 마지막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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