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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Mar 29. 2022

빨간 이층 집

유년이 사라진



  내가 50이 갓 넘었을 때 나는 나의 어릴 적 살던 고향과

집이 무척 그리웠다.

  허술한 작은 기와집으로 생각이 되는데 나는 이곳을 떠나 온 지가

학교 시절인 듯싶다.

  30년이 넘었는데 나가 태어나고 자란 그 집을 가보고 싶었다.

  생각이 미치자 마치 이산가족이라도 만나는 양 마음이 다급해졌다.  

날을 정해서 아침 일찍 차에 올랐다.

  분당에서 전주까지  3시간 30분  동안 나는  설렘과 기대 반으로 그곳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작은 쌀가게가 있었는데

쌀가게  자리에는 다란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 골목이 아닌가 부동산에 들어가

주소를 제차 확인하고

그 골목이 맞다는 에 골목길로 들어섰다.

  내가 중학교 때까지 거닐던 골목길  그때는 이 길이

흙길이었고 그토록 길었건만. 지금은 보도블록이 깔려 있고 골목의 길이도 짧게 느껴졌다.

  골목길 중간에 전봇대 그 전봇대 밑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을   치며 놀다가 까만 밤이 되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집으로 들어갔었는데.

  그 나무 전봇대는 지금은 콘크리트 전봇대로 무척 견고해 보였다.

  몇 발자국 지나면 작은 문방구가 있고. 그 옆에는 풀빵가게가 있었는데 그 문방구와 풀빵가게는 없고  분식가게만  달랑 있었다.

  그곳을 지나 몇 발자국 더 걸어 골목을 끼고돌으면 내가 어릴 적 살던 집이 있었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문 앞에 당도한 나는 빨간 이층 집을 보고는 잘못 찾아왔는가 싶어 주소를 살펴보았다

  분명 문 앞에 쓰여 있는 주소와 일치 하자 무엇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그 자리를 떠 날 수 없었다.

  밖에 인기척이 있어서인지  대문이 열리더니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누구 찾으셔."

  "30년 전에 여기서 살았는데. 그때는 기와집이었는데."

  말꼬리를 흐리자

  "참 오랜만에도 찾아 왔수."

  "이 집 지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러면서 멀리서 왔다고 하니 집 구경이나 하라고

대문을 열어 주었다.

  난 대문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았다.

  기와집이 있던 곳에는 이층 벽돌집이 있었고.

  흙마당은 보도블록이 깔려있고.

장독대였던 곳에는 예쁜 화단이 되어 앵두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모든 게 세련되고 예뻤지만.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양

그냥 멍하니 서 있다가 나왔다.

  골목길을 걷는 내내  내 유년이 도둑맞은 기분에 차라리 추억으로 가지고 있을 걸 괜히 왔어. 문방구도 없어지고

풀빵과 달고나 집도 없어지고. 내 유년도 없어지고.

  나는 전봇대를 붙들고 울고 싶었다.

  "그래, 내가 단발머리 학생에서 할머니가 되어가는데

골목길이고 집이고 바뀌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 한 거지

생각하며 내가 나를 다독였다

  그래도 그 자리에 전봇대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  유년에 가장 많이 놀아준 전봇대에 손바닥을 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속으로 읊조리자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리는 듯했다.

  내 유년의 시절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네이버 전봇대 이미지 사진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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