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누워 하늘을 본다
수묵화 한 장이 찬바람을 데우고
제 깊이만큼 나이테를 짠다
한때는 연둣빛으로
새들의 울음도 둥지도 안아 키웠지만
탱탱했던 잎들은 다 떨어지고
잔가지만 무성하다
세상의 소리를 다 감싸주던 빛나는 허공의 손
햇살을 다 보낸 바람으로 계절을 다시 쓴다
수없이 많은 풍파에
갖은것 다 쏟아내고
무성한 훗날을 위해 꼿꼿하게 서 있다
햇빛이 벗어 놓고 간
새소리 귓전에 들리는데
나도 겨울의 끝에서 모든 것 다 내어주고
벌거벗은 나무처럼 살 수 있을까
어둠이 슬며시 입술에 닿자
그 먼길에 별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