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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Dec 14. 2022

떡순이를 아시나요

쑥 인절미




아들 녀석이 6살 때 미끄럼틀에서

넘어져  상처가 심했다.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상처에  소독과 약물을 바르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다행히 뼈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해서 한 시름 놓았다.

처치를 다하고 병원을 나오는데

병원 입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절미를 나무칼로 숭덩숭덩

자르며 할머니가 팔고 있었다.

나는  자석처럼 할머니 곁으로 가서

떡을 샀다

썰고 있는 떡을 하나 집어먹으니

너무도 맛이 있었다

 아들 게도 떡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10m 정도 떨어진 곳에 핫도그 장사를

보고 그것을 사달라고 보챈다.

나는 음식은 우리 것을 먹어야 된다며

외할머니 가  만들어주신  떡 하고 똑같으니

먹어봐 얼마나 맛있는지 나의 강압적인 태도에

아들은 마지못해 한입을 베어 물고

입에서 돌리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

" 아줌마 뭐 하세요."

" 아저씨 저 아세요."

우리의 대화에  떡장수 할머니

" 이봐요. 장사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슈."

그러고 있는 사이 아들은 아빠하고

가슴에 안긴다.

" 남편은 맞아요."

" 진즉 남편이라고 말하지."

하면서 접시에 먹다만 쑥 인절미를

싸주었다.

아들이 다쳐서 병원에  간다는 말을 듣고

일하다 말고 부리나케 온 남편

가장 싫어하는 게

길거리에서 음식물을 먹는 거라고

수십 번 말했는데

나는  오늘도 남편이 싫어하는 짓을 했다.

남편은 차가 오가는 먼지 투성이인 길거리에서

그 떡이 넘어가냐며

아이가 뭘 배우고 자라겠냐며

사정없이 나를 질타했다.

나는 그 와중에도

" 여보. 건강해지려면  우리 몸에  이물질도

좀 들어가 줘야 해."

나는 내가 한 일에 합리화시키기에 바빴다.

남편은 귀신 시 나라 까먹는 소리 하지 말고

앞으로 길거리에서 뭐 먹지 않는다고

각서를 쓰란다

뭐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나는 흔쾌히 써줬다.

쓰면서 앞으로는 들키지 말고 먹어야지.

다짐했다.

그 뒤로도 떡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며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친구였다.

그런데

나이 들고 보니 떡을 사랑한 탓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나에게

들러붙어 나갈 줄 모른다

밥을 막 먹고 나서도 이웃집에서 시루떡을 가져오면

나는 그 떡을 또 먹는다

그걸 보고 있는 남편은 한심한 듯

" 아프다고 말만 해봐."

하면서 으름장을 놓는다.

" 내가 난들 모르는데 그냥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살래."

" 아줌마. 정신 차려 괜히 아이들

고생시키지 말고."

어느 단어보다 강력한 아이들이라는 말에

나는 냉동실에 있는 떡을 다 버렸다.

나의 살짐이 하니씩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내일부터 내 몸에 깨끗한 피가 흐를 것이다.

머릿속에 새기면서 나는 나를

위로했다.

어디선가 맑은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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