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Dec 22. 2022

크리스마스의 기적

깜복이가 사람이 되다



성탄절 아침

눈을 뜨자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늘 발밑에서 자던 깜복이가 없다

" 깜복아 "  부르자

6살 된 사내아이가

안방에서 " 엄마"  하며 걸어 나온다




몸이 굳어지며 목이 잠겨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안기는데

이건 분명 깜복이의 꼬리꼬리 한 냄새였다

한 줌의 기적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기에

오늘을 펼쳐놓고 깜복이와

갈 곳을 정했다




놀이공원도 가서 스케이트도 타고

오락실에 가서 오락도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돈가스 집에서 돈가스도 먹었다

밤늦게 들어와 깜복이와 목욕을 하니

제풀에 끓어 넘치던 열병도 사그라들고

피곤함에 눈이 반쯤 감긴

깜복이와의 손을 잡고 잠을 청했다

남아 있던 시간의 꼬리가 잘리고

온기가 몸을 타고 흐른다




아침에 일어나니 원래대로 깜복이는

강아지가 되어 있었고

나는 사라진 아이를 몸에 새기며

펑펑 울었다

깜복이 다가와 눈물을 핥아 준다

뒤바뀐 하루의 생애가 거짓말처럼 지나가고 

아는지 모르는지 꼬리를 흔드는 깜복이 앞에서

붉은 심장을 움켜쥐고

부서진 우산처럼 침대에 구겨져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떡순이를 아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