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의 일이다.
카레를 하기 위해 감자를 찾았으나
집에는 싹이 난 감자 서너 개만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퇴근할 때
감자 다섯 개 정도 사 오라고 했다.
퇴근 후 남편이 사 왔다면서 검은 봉지를 나에게 건네준다.
니는 부랴부랴 검은 봉지에 손을 넣어 감자를 꺼냈다.
꺼내 놓고 보니 감자가 아닌 키위였다.
나는 남편을 불러 감자를 사 오라고 했더니
키위를 사 왔다고 핀잔을 주었다.
휴ㅡ 내가 내 발등을 찍었지 하면서
급하게 마트에 가서 감자를 사 가지고 왔다.
저번에 남편과 과일 집에 갔을 때
감자가 털이 났다면서 의아해하는 남편을 보고
나는 장난이 발동되어서 털이 났지만
맛있는 감자라고
남편에게 말한 적이 있다.
키위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남편은 철썩 같이 믿고 털감자를 사 왔다.
저녁을 다 먹고 후식으로 키위를 내어 놓았다.
남편은 깜짝 놀라더니 이게 털감자란 말이지
한입 베어 물더니
" 과일 이잖아!"
" 응. 과일이야."
다시 실수할까 봐 과일 이름은 키위라고
말해주었다.
남편은 그제야 아까 과일 아저씨가 털감자 달라고
했더니 재미있는 사람이라면서 웃는 이유를 알았단다.
강원도 사람이라 감자를 좋아하는 남편은
키위가 과일인 게 못내 서운한 모양이다.
내가 키위를 사 오면 늘
" 털감자 사 왔어 크고 튼튼하네."
남편에게 키위는 영원히 털 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