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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의 어울림

허기를 달래는 음식

by 송영희




사각의 네 귀퉁이

폼은 그럴 듯 하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귀퉁이가 으깨지고 뭉개진다

무른 몸이 제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이다


날카로운 칼로 잘려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국이면 국 찌개면 찌개 부침이면 부침

수더분한 모습으로 어우러져

입 속에서 미각을 돋운다


때때로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사람들에게

몸을 송두리째 보시하고

눈물과 고통을 녹아내리게 하는

가장 부드러운 속살이다


온몸이 뭉개지고 튀겨지고 시뻘겋게 졸여져도

말없이 순응하며

주연이 아니더라도 모든 음식에 조연이 되어

덤으로 살아도 만족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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