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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n 26. 2023

불멍

언제부턴가

내가 아지인은 서울에서 살다가 남편이 정년 퇴임을 한 후에 시골에 아담하고 예쁜 집을 지어 전원생활을 한다.

내가 처음으로 초대받아 집에 갔을 때 주변환경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았다.

 아침에 해돋이를 볼 수 있고

저녁이면 앞동산에서 쟁반같이 둥근달이 찾아와

같이 차 마시는 곳이다.  도시에서는 감히 느껴보지 못한 경험은

때때로 설렘과 흥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남편이 교직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 후에

고향에 집을 짓고 아내는 그 아름다운 풍광 속에 전원생활을 하며 시를 짓고 남편은 노래를 짓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동경하지만 모든 여건이 따라 주지 않는다.

뜰에서 저녁을 먹고 밤이  더 깊어지자  

마당에 장작을 쌓아 놓고 불을 지핀다.

처음에는 매캐한 냄새가 나는가 싶더니

조금 후에 타오르는 불빛은 나의 생각을 가져가 버렸다.

아! 사람들이 불멍. 불멍 하더니 바로 이런 거구나

나는 망부석이 되어 타는 불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한 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고구마를 포일에 쌓아 불덩이 속에 넣는다.

포일에 쌓인 고구마는 불길 속에서도 아름다웠다.

빨간 불길 속에 간간이 보이는 은색 은박지는

꽃처럼 보였다.

하늘에는  둥근달이 휘영청 떠있고

땅에서는 장작이 제 목숨 다 바쳐 불꽃을 만들고 있었다.

불길을 보고 있으니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그렇게  루 밤은 사위어가고

불길도 사위어갔다

그러면서 마음 한 곳에 불길이

그림이 되어 저장이 되었나

집에 서 때때로 생각이 나면

그때를 들추어 보곤 하였다.

그러다가 백화점에 갔는데

불멍을 볼 수 있도록 스탠드 불멍을 팔고 있었다.

지인의 집에서 장작을 불태우는 불멍은 아니지만

나름 불멍의 기분은 느낄 수 있었다.

10분 정도 바라보다가 나는 불멍 스탠드를 구입을 했다.

집에 와 늦은 밤 불을 끄고 스탠드를 켜니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좋았다.

나는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스탠드를 켜놓고

불멍을 즐긴다.

비록 가짜지만 내 마음을 녹이기에는

이것도 충분했다.

저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이 불멍을 바라보며

나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느릿느릿 몸속을 흘러 다니는

아픔을 다 태우고 나면

가벼워지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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