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Mar 24. 2023

생일선물

돈 봉투



남편이 내 생일이라고 꽃다발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다른 때와 다르게 무척이나 고급진 꽃이었다.

몇 해 전 꽃다발을 가져왔을 때 팔다 남은 시들은 꽃을 사가지고 왔길래 핀잔을 준 적이 있다.

꼭 꽃을 사 오면 시든 꽃이나 팔다 남은 볼품없는 꽃을 사 오기에 나는

" 다음부터는 꽃 사 오지 마." 하며 단호하게

말한 뒤로는 꽃을 받지 못하고 돈 봉투만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꽃다발을 사 가지고 와 나에게 안긴다.

꽃이 은은하며 고급스러워 보여

" 정말 예쁜 꽃을 사 왔네."

칭찬을 아낌없이 했다.

그 뒤 이틀이 지났는데도 돈봉투는 말이 없다.

아니 일 년에 한 번 받는 돈봉투인데

꽃다발로 퉁치려고 하는 것 같아 섭섭했다.

왜 돈봉투 안 주냐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고 나름 서운했다.

하는 수없이 내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

딸아이와 남편이 거실에 있는데 무엇을 찾는 시늉을 하자

딸아이가

" 엄마 아까부터 무엇을 찾아."

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 아빠가 생일선물로 돈 봉투를 주었는데 내가 어디다 두었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네. 이젠 정신도 낡아서 생각이 나지 않으니 너도 찾아봐 찾으면 20프로 줄게."

그러자 

" 아싸 20만 원." 하며

 딸도 덩달아 찾기 시작했다.

거의 십 분이 지났을까? 

슬그머니 일어난 남편이 안방으로 가더니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기는 듯했다.

잠시 후 남편은 성모상 옆에 돈봉투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 아! 내가 돈을 더 부풀려 달라고 성모님 옆에 놓고 잊어버렸네."

황급히 들어가 돈 봉투를 챙겼다.

내 서랍에 넣으면서

우리나라 속담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지금 나는 놈이 되었다.

어쩜 꽃이 너무 예쁘다고 하니 그걸로 퉁치려고 했는데

나의 생각에 말려 허겁지겁 돈 봉투를 만들어 성모상 옆에

놓은 남편에게

" 당신 아니었으면 하루종일 찾을 뻔했네.

고마워. 저녁은 내가 쏠게."

그날의 탕수육과 자장면. 잡채밥은 무척이나 맛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