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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송영희
Mar 24. 2023
생일선물
돈 봉투
남편이 내 생일이라고 꽃다발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다른 때와 다르게 무척이나 고급진 꽃이었다.
몇 해 전 꽃다발을 가져왔을 때 팔다 남은 시들은 꽃을 사가지고
왔길래
핀잔을 준 적이 있다.
꼭 꽃을 사 오면 시든 꽃이나 팔다 남은 볼품없는 꽃을 사 오기에 나는
"
다음부터는
꽃 사 오지 마
."
하며 단호하게
말한 뒤로는 꽃을 받지 못하고 돈 봉투만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꽃다발을 사 가지고 와 나에게 안긴다.
꽃이 은은하며 고급스러워 보여
"
정말 예쁜 꽃을 사 왔네."
칭찬을 아낌없이 했다.
그 뒤 이틀이 지났는데도 돈봉투는 말이 없다.
아니 일 년에 한 번 받는 돈봉투인데
꽃다발로 퉁치려고
하는 것 같아
섭섭했다.
왜 돈봉투 안 주냐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고
나름 서운했다.
하는 수없이 내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
딸아이와 남편이 거실에 있는데 무엇을 찾는 시늉을 하자
딸아이가
"
엄마 아까부터 무엇을 찾아."
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 아빠가
생일선물로
돈 봉투를 주었는데 내가 어디다 두었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네.
이젠 정신도 낡아서 생각이 나지 않으니
너도 찾아봐 찾으면 20프로 줄게."
그러자
"
아싸 20만 원." 하며
딸도 덩달아 찾기 시작했다.
거의 십 분이 지났을까
?
슬그머니 일어난 남편이 안방으로 가더니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기는 듯했다.
잠시 후 남편은 성모상 옆에 돈봉투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
아! 내가 돈을 더 부풀려 달라고 성모님 옆에 놓고 잊어버렸네."
황급히 들어가 돈 봉투를 챙겼다.
내 서랍에 넣으면서
우리나라 속담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지금 나는 놈이 되었다.
어쩜 꽃이 너무 예쁘다고 하니 그걸로 퉁치려고 했는데
나의 생각에 말려 허겁지겁 돈 봉투를 만들어 성모상 옆에
놓은 남편에게
"
당신
아니었으면 하루종일 찾을 뻔했네.
고마워. 저녁은 내가 쏠게."
그날의 탕수육과 자장면. 잡채밥은 무척이나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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