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줄에 노래 한 곡 들려주고
그림 공부한다고 파리로 떠났다
풍선껌 불어대며 철없던 열여덟의 나이
삼 년 동안 챙겨준 마음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남기고 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기타 줄의 떨림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혼자서 삭이고 간 빈자리엔 목마른 내가 있고
몽마르트 언덕에는 그가 있었다
한동안 청바지에 기타든 사람만 보면
파도처럼 밀려오는 진한 파동으로 숨을 멈춰야 했다
시간은 뜬소문처럼 흘러가고
단발머리 소녀는 간 데 없었다
기타 줄의 떨림이 때때로 다가오면
빛바랜 캠버스에 촉촉이 번져가는 물감들
지워야 할 약속도 없으면서
손에서는 끝내 붓을 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