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손
남편에게 참치캔 뚜껑을
따달라고 했다
힘껏 힘을 주더니 꼭지만 똑 떨어졌다
다음 날
와인을 따 달라고 했다
무슨 생각에 이리저리 돌리더니
코르크마개가 박살이 났다
오늘은 싱크대 경첩이 흔들려
고쳐달라고 했더니
경첩 전체가 빠져버렸다
예전에는 만지는 것마다 생명을 되살려
맥가이버손이라고 불리던 남편이
이제는 만지는 것마다 다 고장이다
굳이 허점을 찾지 않아도 허점투성이
지근거리는 마음에
느낌표의 개수가 발등까지 번진다
톡톡 튀던 젊음은 가고
노랗게 변한 가을은 아프다
때때로 몸에선 묵은 종이 냄새가 나고
그 종이 위에 밑그림을 그리며
슬픔의 무게를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