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계절

아빠의 죽음

by 송영희



아빠의 숨이 멈춘 날

문 닫히는 소리가

집보다 먼저 무너졌어


남겨진 건 다섯 켤레의 신발과

울음을 참는 엄마의 숨소리

그날부터 울 시간도 없이

새벽부터 밤까지 당에서 일했지만

나는 엄마의 갈라진 손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가난은 늘 아침처럼 다가왔고

엄마의 희생도. 생일도. 미안하다는

말도 때론 잊어버렸어


엄마의 주름에

내가 웃던 날들이 접혀 있다는 것을

그 작은 등에 다섯 명이 기대어

살았다는 것을

우리의 신발이 커질수록

엄마의 신발이 점점 닳아 갔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았어


봄이 올 때마다 찔레꽃이

가시를 돋우며 향을 토해 냈어도

엄마는 그 향을 맡아본 적이 없어

그래서 엄마는 계절을 지운 거야

그리고 우리를 지웠지


엄마의 새로운 이름은 알츠하이머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것은

우리가 달아준 엄마의 이름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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