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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가 되다

두근거림으로 다가오다

by 송영희

달 전 딸아이가

"엄마 핸드폰 좀 줘 봐."

하더니 브런치라는 앱을 깔아 주었다. 생소한 나는 이게 뭐냐고 물었다. 딸아이는 자기가 브런치 독자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 들어가 글을 읽는데 좋은 글이 많다며 엄마도 브런치 작가가 되면 글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브런치 작가들이 글을 올리면 인터넷 하는 많은 사람들이 독자층이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브런치 작가도 아닌데 이곳에 쓰면 안 되잖니." 그러자 딸은 누구나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 작가의 서랍에 자기 글을 올리고 작가 신청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의 서랍을 눌러서

엄마가 쓰고 싶은 글을 쓰라고 했다. 작가의 서랍은 엄마만 볼 수 있어요. 그 말에 힘입어 처음으로 나는 작은 핸드폰을 들고서 시간 날 때마다 수필과 시를 썼다. 덧없는 시간 속에 가까스로 움켜 올린 글들이 제 몸을 가누는 누에처럼 차곡히 쌓여갔다.

호기심에 나는 브런치 홈으로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작가 신청을 했다. 일주일 후에 홈으로 들어가 보니 다음 기회라고 메시지기가 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구나 생각하고 더 열심히 글을 쓰라는 채찍으로 알고 글을 쓰는데 최선을 다했다.

거의 한 달이 지났을까? 딸아이가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엄마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네요."

이젠 글을 발행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냐고 물어보니

"10일 전 엄마 핸드폰으로 엄마 작품 3개를 넣고 작가 신청을 했어요. 혹 떨어지면 엄마가 실망할까 봐. 엄마 주무실 때 제가 해놓았어요. 작가 신청을 하면 심사를 해서 일주일 후에 작가로 선정되든지 아님 다음 기회라고 떠요.

그런데 엄마는 작가로 선정된 것을 축하드린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네요."

나는 딸에게 끝내 말하고 싶지 않았던 나 혼자 만의 비밀을 실토하였다.

"저번에 내가 했을 때는 되지 않았는데 네가 글을 잘 선정했나 보다."

마지막까지 딸의 손길에 의해 브런치 작가가 된 나는

두려움과 부족함으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반문하며 그래 쉽진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보자 마음을 다 잡았다.

평소에는 엄마 쓰는 글이 다 넋두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딸아이도 핸드폰 메시지를 다시금 살피더니 그때서야

"우 엄마 대단해요. 브런치 작가님 되었네요. 축하해요."

말을 건넨다.

옆에서 남편은 건성으로 듣고는 한 마디 한다.

"아침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무슨 또 브런치를 먹어."

아니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말하자, 브런치 먹고 평가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더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동문서답을 앞에 놓고 글도 저렇게 소통이 안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지는 종소리처럼 글을 쓰면 안 되지. 가슴속에 슬그머니 들어와 엄마의 자장가처럼 읊조리는 글이 되어야지.

나의 가슴에 가장 넓은 우주를 넣고 글에 물음표보다 느낌표를 넣어 삶이 더 아름다워지는 글을 써보리라. 어둡고 밋밋한 생의 액정이 브런치 작가가 되어 일상이라는 평면 앞에 두근거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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