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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27. 2021

두 얼간이

수영



외국 여행은 여자 혼자 보내면 안 된다는 남편의 말에 딸아이가 여행을 가면 무조건 따라간다. 이번 여행은 베트남 다낭이다.

  딸아이는 길지 않은 여행인데 혼자 가면 안되냐고 투정 섞인 말을 내뱉는다.

  " 아빠가 같이 안 가면 가지 말래."

  " 언 놈을 데려올지 알고 자 보내."

   늘 하는 남편의 말이다.

  딸아이는 보다 남편이 더 챙긴다. 아니 챙기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관섭이다. 관섭이 심하다 보니 딸아이는 아빠를 싫어한다. 여행을 따라가는 나는  내심 기분이 좋다.

   나는 무척이나 여행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 가는 일이 없다. 딸이 여행을 할 때면, 혹 가서 나쁜 놈이나 만나면 어떡하지 남편을 부축일 때도 많았다.

  그 말을 할 때면 남편은 언제나 당신이 같이 가면 되지 뭘  걱정하냐고 말했다. 나의 주파수에 맞춰진 말이었다..

  그래서 이번 베트남 다낭 여행도 딸과 같이 왔다.

  푸른 바다와 함께 아름다운 풀장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바다도 풀장도 무용지물이었다. 둘은 수영을 못한다. 그런데도 딸아이는 바다를 좋아해 언제나 바닷가로 여행지를 잡는다.

  태국의 코사무이도 그랬고, 발리, 몰디브, 괌 모두가 바닷가였다.

  여행을 갈 때는 설렘 속에 가지만, 막상 와서 해변만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이번에도 딸아이와 나는 어린아이들이 들어가는 낮은 풀장에서만 놀았다.

  딸은 튜브를 빌려주는데 튜브 타고 놀자고 말은 하지만

튜브 타고 노는 사람은 어린이 밖에 없었다. 우리가 튜브 타고 놀면 모두가 쳐다볼 것 같았다.

  4년 전 몰디브 갔을 때도 수영을 못해 아름다운 바닷속 구경을 지 못하고 구명조끼 입고 바닷가 얕은 곳에서만 놀았다. 그리고 우린 무슨 일이 있어도 수영을 배우자고 약속했건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수영을 못한다. 수영을 배우러 가야지 말하면

  " 엄마 살 좀 빼고."

  나도 맞장구치며 차일피일 미룬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이년 전에도 일본 이시가키 섬에 갔을 때 열대어를 쫒다가 해변에서 멀어져 발이 땅에 닿지 않아서 사람 살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구조대가 와서 우리를 얕은 곳으로 안내해 주었지만 우리는 너무 창피했다. 구명조끼 덕분에 물 위에 뜨는데도 겁이 나서

숨 너머 가게 소리를 지른 것이다. 목젖으로 넘어 간 햇살과 물을 토해내며

  " 우린 바보야."

  말을 하자 딸아이가 돼 받아치며

  " 우리는 두 얼간이입니다."

  둘은 쳐다보며 바보 같이 웃었다. 누가 봐도 얼간이다.

통나무에 끼워둔 튜브처럼 숨이 턱 막히는 표정들이 나와 딸아이의 몸에 달라붙어 있다.

  유럽의 나라는 초등학교 때 수영을 가르치는 과목이 있어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우리나라도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딸아이가 말꼬리를 흐린다.

  현시대에 수영은 필수인 것 같다. 꼭 바닷가에 가지 않아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꼭 배워두어야 한다고 딸아이에 또다시 약속한다.

  이륙하는 비행기가 흔들거리며 웃고 있다.

  두 얼간이의 약속이 네 번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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