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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24. 2021

백 년 후의 나

그리움을 잔고로 남겨 두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어느 지점에서 환승했을까

족보에 이름 석 자도

낡아서 희미해졌다



은 세포와 같이한

작은 느티나무는 고목이 되었고

뼈가루마저 흙이 되었다

아무도 찾는 이 없는데

수없이 흔들어 대는 나뭇잎은

누굴 향한 손짓일까



고조할머니의 명찰을 달고

전생의 힘을 빌어 책꽂이에 끼워둔

수필집과

시집으로

백 년이란 시간의 간격을 좁힐  수 있을까



나를 끌고 간 펜이

나의 일생을 대변하고

기울고 주저앉은 삶을 지탱해준 글이

발이 닿지 않은 허공이 아니길 빌었다



스치지 않았어도 먼 훗날

잠시라도 눈에 담겨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가 된다면

서로의 소통이 된다면



가슴이 없어 느끼지 못하고

머리가 없어 답도 없지만

그리움을 잔고로 남겨 두고

그들이 쉬어가는

정거장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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