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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23. 2021

없어진 화장품

주름까지도

  2018년 여름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오는 폭염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예전과 다르게 하루에도 몇 번씩 세수를 해야 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나로서는 화장하는 것은 무리였다. 스킨만 바르고도 끈적함에 바로 세수를 하곤 했다. 폭염 위에 폭염이 지속되면서    낯으로 다니기가 일쑤였다.

  찬바람이 불면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잔주름과 기미 투성이었다. 나이 들면 피부가 한몫한다는데 생각다 못해 주름 개선 화장품을 제일 좋은 것으로 큰맘 먹고 샀다.

  집에 와 쓰려고 포장까지 뜯었는데 먼저 산 화장품이 남아 있어서 새로 산 화장품을 다음에 쓰기로 마음먹었다.

  30일이 지난  새로  산 화장품의 뚜껑을 열자 화장품이 바닥나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다 출근하고 물어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딸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전화가 왔다.

  아빠가 그런 거라며 나보다 더 화를 낸다. 사주지는 못할망정 그 비싼 화장품을 엄마 얼굴 두 배나 되는 데 썼으니 바닥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아이가 사준다고 속상해하지 말라고 했으나 딸의 위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없어진 것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었다.

  " 품위 있게 화장품을 되찾자."

   다짐하면서 남편 오기를 기다렸다.

  퇴근한 남편이 들어오자 남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환한 얼굴로

  "당신 얼굴에 주름이 없어진 것 같아. 피부도 맑아졌고 탄력 있어 보이네."

남편은 머뭇거림  없이

  "화장대에 있는 주름 개선 화장품이 있어서 그걸 발라서 그러나 봐."

  나는 인간아! 물어보고 써야지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꾹 참고

  "그 화장품 성능이 좋다고 해서 샀는데 정말 성능이 좋구나."

  그러면서 잔주름이 없어지고 얼굴이 맑아졌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 주었다.

  조금 후 남편은 카드를 주면서 그 크림 다 썼으니 두 개 사서

너랑 나랑 쓰자고 말했다.

  "나는 비싼데 두 개나 사."

  "주름이 없어지는데 비싼 게 대수야."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의 카드를 챙겼다.

  다음날 두 개의 주름 개선 화장품은 이름이 적힌 채 화장대 위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쌍둥이처럼 앉아 있는 게 큰 무리 없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했다고 손뼉 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돈으로 산 화장품보다 어쩌면 더 성능이 좋을 것 같다. 그 이유는 바를 때마다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상한 기분은 배출되고 조금씩 방출되는 미소가 잔주름을 없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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