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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17. 2021

핸드폰 2

분신

생명 없는 것이 나를 대변하고

일 소음으로 들락거린다

화면 속에 태어난 수많은 언어로

새로운 드라마가 연출되고 하루가 완성된다


사람과 소통을 분실한 지 오래

물음표를 향해 눌러야 할 버튼을.

방향조차 모른 채 뒤적이다가

티끌도 없이 날려 보낸다


하얗게 정지된 화면이

내 안을 응시하는 것 같아

흘러갈 곳을 찾지만

떨림만이 숨결을 다독이고 있다


오래전부터 분신이 된 그에게

가끔은

아픔에 대하여

소외된 것에 대하여

작고 약한 것에 대하여 묻고 싶었다


빠른 걸음만을 재촉하는 오늘

잃어버린 시간이 여기에 있는데

내가 모르는 내가 얼마나 더 있을까


지켜봐 주는  이 없어도

공간의 영역을 표류하다가

사라진 시간을 찾기에

기억을 일으켜 세우지만


자꾸만 뒤로 가는 나는

생명체 없는 생명  앞에

퇴적층이 되어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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