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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19. 2021

울림통

한 때는 산 짐승이었다

왜 마디 비명을 삼키고 사라진 몸뚱이가

어느새 북이 되어 북채에 울고 있다


죽어서야 내는 저 소리

몇 천 번의 무두질로 무늬마저 지워가며

제소리에 목을 축이고 천천히 일어서는 소 한 마리

애절한 가락들이 어딘가 흘러갈 곳을 찾는다


되새김질은 모두 어디에 쏟아 버리고

저렇게 텅 빈 북이 되었을까

오래 묵은 울음이 늘어진 햇살에 손아귀를 적시고

살아있는 순간순간을 보여준다


저 빈 북 속에는 소의 울음으로 가득 차 있다

저승과 이승을 이어준 울림통에서

한 사내가 북채로 울음을 끌어내고

치자꽃 향기가 물씬 나는 허공에

소의 몸 자국이 찍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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