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산 짐승이었다
왜 마디 비명을 삼키고 사라진 몸뚱이가
어느새 북이 되어 북채에 울고 있다
죽어서야 내는 저 소리
몇 천 번의 무두질로 무늬마저 지워가며
제소리에 목을 축이고 천천히 일어서는 소 한 마리
애절한 가락들이 어딘가 흘러갈 곳을 찾는다
되새김질은 모두 어디에 쏟아 버리고
저렇게 텅 빈 북이 되었을까
오래 묵은 울음이 늘어진 햇살에 손아귀를 적시고
살아있는 순간순간을 보여준다
저 빈 북 속에는 소의 울음으로 가득 차 있다
저승과 이승을 이어준 울림통에서
한 사내가 북채로 울음을 끌어내고
치자꽃 향기가 물씬 나는 허공에
소의 몸 자국이 찍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