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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l 19. 2021

독일 할머니의 도시락

조국을 먹고 있다

  서유럽 여행 중 독일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던 날 시간이 없어 점심은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공원에 내리고 보니 흐드러진 이름 모를 꽃들이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꽃들 뒤편으로 초록의 크고 작은  나무들 그 속에서 우는 새소리마저 정겨웠다.

  조금 후 차 한 대가 우리 쪽으로 오더니 커다란 상자 4개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린 할머니 두  분이 도시락을 나누어 주었다.

  그분들은 40년 전 독일에 와 간호사로 일하시다가 고국으로 가지 못하고 이곳에 사시는 분이라고 했다. 그분들의 유일한 낙은 한국의 여행객들에게 실비만 받고 도시락을 싸주는 거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도시락을 받아 들고 일행들과 잔디에 앉았는데 꼭 소풍 나온 것 같았다.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잔치집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이 도시락에 쌓여 있는 게 아닌가!

  소고기 볶음, 잡채, 삼색 전, 멸치 볶음, 계란말이, 포기김치,

된장국이었다.

  마치 친정어머니가 40년 동안 못 본 딸을 위에 정성껏 싸준 도시락 같았다. 40년의 세월이 도시락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도시락을 한 술 뜨려는데 눈물이 나왔다. 나만 우는 게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향해 애절한 말 한마디

  ''잘 살아줘서 고마워요. 음식을 하면서도 내내 즐거웠어요.'' 눈물을 훔치시더니

  ''천천히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떠나셨다.

  젊은 나이에 나라를 떠나고, 부모를 떠난 그 허허로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으리라, 먼 이국땅에 와서 외화벌이의 총받이가 된 그들이 있었기에 세계 10 대국이 된 우리나라. 가슴 깊이 감사함을 느끼며 죽는 그날까지 건강하기를 빌었다.

  독일에서 유학하는 가이드는 한국 밥이 생각나면 할머니를 찾아간다고 했다. 그러면 언제나 듣는 말이 하루 한 끼의 밥도 먹기 어려워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단다.

  우리가 잘 살아줘서 자기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은 긍지로 알고 또 고국의 발전에 감사하며 산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나 또한 할머니 같은 분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고, 미래가 있고, 이렇게 마음 놓고 여행도 다닐 수 있어요.  소리치고 싶었다.

  이국 땅에서 먹어 본 가장 맛있는 밥, 눈물을 훔치며 먹는 이밥은 밥이 아니라 조국이었다. 나는 지금 조국을 먹고 있다. 10 대국의 부강한 조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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