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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02. 2021

만두

라디오와 맞바꿈

  경찰이라는 이유로

  북한군에게 끌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


  목련이 피고 지는 동안

  양은 냄비처럼 가벼워진 아버지

  병상으로 밥상엔 늘 쌀밥과 장조림이 있었다


  식사 때면 어린 동생의 눈은 언제나

  아버지의 밥상에 머물러 있고

  남은 밥을 먹는 것은 동생의 큰 낙이었다


  어느 날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동생의 눈물

  아버지가 입맛이 없어서

  물 말았으니 같이 먹자고 했으나

  눈물은 샘처럼 흘렀고

  소리는 담장 밖으로 더 크게 퍼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몸으로 말없이 나가신 아버지

  두 손에 만두 보따리를 들고 와

  우리 입에 호호 불어  가며 넣어 주셨다

  음식에도 보석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환한 대낮이 된 우리 둘은

  그 만두가 아버지가 가장 아끼시는

  라디오와 맞바꾼 것을 

  한참 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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