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라는 이유로
북한군에게 끌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
목련이 피고 지는 동안
양은 냄비처럼 가벼워진 아버지
병상으로 밥상엔 늘 쌀밥과 장조림이 있었다
식사 때면 어린 동생의 눈은 언제나
아버지의 밥상에 머물러 있고
남은 밥을 먹는 것은 동생의 큰 낙이었다
어느 날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동생의 눈물
아버지가 입맛이 없어서
물 말았으니 같이 먹자고 했으나
눈물은 샘처럼 흘렀고
소리는 담장 밖으로 더 크게 퍼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몸으로 말없이 나가신 아버지
두 손에 만두 보따리를 들고 와
우리 입에 호호 불어 가며 넣어 주셨다
음식에도 보석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환한 대낮이 된 우리 둘은
그 만두가 아버지가 가장 아끼시는
라디오와 맞바꾼 것을
한참 후에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