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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03. 2021

내 마음을 빼앗아간 청소 청년

이사 가는 집

이삿날을 결정하고 비어있는 집이라 청소를 하기 위해 여러 군데 연락을 했다. 그러나 날짜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친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청소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해 주었다. 전화를 해보니 마침 다음날 바로 청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약속 시각에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아줌마와 청년이 인사를 꾸벅한다.

  ''아니, 둘이서 청소를 해요? 평수가 있어서 둘이서 청소하기에는 힘들 텐데요.''

  내 말에 청년은 이 평수에 항상 둘이서 했다며 깨끗이 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청년은 집구석 구석을 살 피더니 방, 화장실, 거실, 부엌, 베란다, 시간을 정해 놓고 일사천리로 청소를 해 나간다. 가만히 보니 같이 온 아줌마는 엄마였다.

어럽고 힘든 일은 본인이 도맡아 하고 엄마에게는 쉬운 일만 시켰다.

  그리고는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주도면밀하게 구석구석 청소를 하는 게 아닌가! 청년이 지나자리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는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다가 너무도 열심히 일하는 청년에게 내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리곤 한편으론 부끄러웠다. 정리 정돈하나 못하는 나의 아들에 비해 어쩜, 저렇게 청소를 잘할까!

  그리고 청년을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저 나이에 엄마를  따라다니며 청소를 하나 생각하니, 청년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점심때가 되자 도시락을 가져왔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겨울철이라 따뜻한 국물을 주고 싶어서 떡 만둣국을 끓여 주었다. 점심을 먹는 청년에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청소한 곳에 사는 사람을 생각하면 즐겁단다.

  직업의식 또한 투철했다. 찻잔이 채 식기도 전에 또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내가 청년을 칭찬하자 기분이 좋아 진 엄마는 아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전문대학 졸업 후 취직이 어려워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직장 다니는 친구보다 수입도 좋고 장래 청소업체 사장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청소가 끝나고 청년이 가고 난 후에도 그 청년의 모습이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자기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청년,  멀지 않아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리라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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