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가지고 온 택배 상자
책상 서랍 속에 숨겨 놓고 말이 없다
머릿속은 온통 상자 안에 머물고
신경까지 꿈틀 거리자 상자에 손을 댔다
페라가모 넥타이 위로 메모지 한 장
남편의 첫사랑이었다
잊혀졌던 과거가 걸어 나오고
조각난 가슴으로 조각난 내가
불꽃이 되어 이리저리 튀고 있었다
오래전 마침표를 찍었다며
소금기 섞인 낮달이 되어
더듬거리는 말 한마디
''보기 싫으니 갖다 버려.''
소리의 파장은 근육의 혈색을 되돌리고
주문하지 않은 신뢰가 배달되었다
내 눈가의 주름까지도 아름답다고 하는 오늘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마음이 깨금발을 딛고
남편을 훔쳐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