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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04. 2021

택배 상자

남편의 첫사랑

남편이 가지고 온 택배 상자

책상 서랍 속에 숨겨 놓고 말이 없다

머릿속은 온통 상자 안에 머물고

신경까지 꿈틀 거리자 상자에 손을 댔다

페라가모 넥타이 위로 메모지 한 장

남편의 첫사랑이었다

잊혀졌 과거가 걸어 나오고

조각난 가슴으로 조각난 내가

불꽃이 되어 이리저리 튀고 있었다

오래전 마침표를 찍었다며

소금기 섞인 낮달이 되어

더듬거리는 말 한마디

''보기 싫으니 갖다 버려.''

소리의 파장은 근육의 혈색을 되돌리고

주문하지 않은 신뢰가 배달되었다

내 눈가의 주름까지도 아름답다고 하는 오늘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마음이 깨금발을 딛고

남편을 훔쳐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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