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일지 25.12.10 2중 주차
익숙한 나의 벨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민원 벨소리다
"나가야 하는데요 2중 주차 차량이 사이드 걸어놔서 못 나가고 있어요. 전화번호도 없고요."
"전화 좀 해주세요, 00서 0000번이에요"
나는 주차등록서버에 접속하여 차량번호를 입력하고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동호수도 적어와서 관리실 전화로 걸었다.
길어지는 신호음. 다시 걸었다. 역시 받지 않는다.
방재실의 인터폰 전화기로 가서 동 호수를 눌렀다.
신호음이 계속 가다가 끊겼다. 응답 버튼을 누른 게 아니라 종료 버튼을 누른 것이다.
두 번째 인터폰을 하면서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은 들었다.
빠르게 신발을 갈아 신고 8 동으로 걸어갔다.
다시 전화가 왔다.
"차주에게 전화했어요?"
나는 전화, 인터폰 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 전화를 안 해줘요?"
그동안 4번의 통화하는 시간이 걸렸다는 말과 함께 직접 집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화 저쪽에서는 숨소리만 들렸다.
23층으로 올라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응답이 없었다.
다시 눌렀다. 문도 두드렸다.
"누구세요? 왜 아침부터 초인종을 누르는 거예요?"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며 문이 열렸다.
관리실에서 왔습니다.
"2중 주차된 차량에 사이드 걸어노셨죠.? 밑에 차가 못 나가고 있어요"
"어머 어제 사이드 안 채워 놨는데 잠시만요"
함께 엘베를 타고 내려오는데 혼잣말을 한다
"어제 목욕 갔다 와서..
그랬구나"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실수는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2중 주차할 때는 전화번호를 써놓고 가야죠
그리고 아침에 전화하면 무슨 일 있나 해서 전화를 받아봐야죠
관리실에서 인터폰을 하면 무슨 급한 일이 있나 해서 응답을 해야죠
아침부터 초인종을 누르면 의외일이 왜 있나 생각해야죠
아침부터 짜증을 내면서 문을 여시는 게 아파트 주민의 권리예요?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입주민의 편의를 위해 고용된 내가 입주민의 심기를 건드릴 권리가 없다.
하지만 공공의 일을 처리하는데 비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중간자의 머쓱함은 내 노화로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