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688

업무일지 25년 1월 22일 재판

by 마법사

두 명의 경찰관이 들어왔다.

"000분이 누구시죠?"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가요?'

"신고 접수가 들어왔습니다. 차량 접촉사고요."


며칠 전 한 남자가 자신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내고 연락도 없이 도망간 거 같다고 찾아왔다.

대개 관리실에서 cctv영상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민원이다.


그날은 그 남자의 차량 사고처럼 나와 민원인 사이에 주임님이 끼여있었다.


시간은 6시 30분쯤이었고 나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날따라 주임님이 건축설비기사 실기 시험준비를 위해 퇴근하지 않고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 사람의 cctv 확인요청을 듣고 있었으나 갑자기 전화벨이 울려 끝까지 듣지 못했다.

전화의 내용은 차단기가 내려가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라는 내용이었고 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민원세대를 방문하고 다시 그 남자의 요청을 확인했다

어제 하루 종일 세워두었던 차 앞쪽 범퍼가 긁혀서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주임님은 아파트 경력자답게 그 주민에게 시간과 장소 그리고 주변에 있는 cctv번호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나였다면 네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하고 cctv앞에서 오랜 시간 시간을 허비했을 거다.


주임은 소장님보다 연배가 높다. 그러나 젊은 시절 사업을 해서인지 여러 상황에 대해 빠른 인지력을 보였고

친화력도 높았다.

민원인의 고압적인 자세나 불친절한 언행에도 상당히 차분하고 예의 있게 주도권을 가져와서 대화하고 상대방을 움직였다. 사무실에서는 다른 직원들도 주임님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쉬는 시간에는 굳이 전화를 받지 말고 출입하는 민원인도 최대한 쉬는 시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다.

나는 주체적인 근무형태에 대해 깨달았다.

누구나 갑 앞에서 비굴해질 수 있다.

그러나 모두의 질서와 안전을 위해 구분선은 필요하다. 그 점을 민원인과 싸우지 않고 얻을 수 있도록 좋은 예를 보여준 경험 많은 선배의 노하우를 얻은 느낌이었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서 cctv를 확인해 보니

의외로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이 cctv 바로 앞쪽에 주차되어 있어서 추돌한 차량번호까지 확연히 볼 수 있었다.

저녁 8시쯤 렉스턴이 피해 차량의 앞쪽에서 조금 모자라게 2중 주차를 하고 떠났다

그런데 제네시스 차량이 다가와서 2명의 여인이 내린 뒤 이 렉스턴 차량을 밀어버린 것이다.

렉스턴의 핸들이 약간 왼쪽으로 돌아가 있던 터라 뒤에서 힘껏 밀고 있던 여자들은

이 치량이 피해자 차량과 접촉한 뒤에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차량이 더 이상 밀리지 않자 앞쪽으로 와서 다시 뒤로 밀고는 접촉한 부분을 확인하더니

그냥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주임님은 차량번호를 확인했고 주민임도 확인했다.

관리실은 개인정보 보호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연락처를 알려줄 수가 없다.

그래서 사고 사실에 대해 문자를 남겼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또 시작된다.

이 여인들이 자신들이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주임님도 증거가 있다고 몇 번을 얘기해도 막무가내로 우기는 데는 두 손 들었다고 했다.

그리하여 경찰이 왔고 직접 통화도 했지만 역시나 우기고 있더랬다.

경찰관도 증거 영상을 가지고 소액재판을 청구하라고 얘기해 주며 이 사건은 일단락 됐다.


계엄령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고

너도 나도 잘못이 없다며 남 탓만 하고 재판하자고 한다.


모르는가 보다

법도 모두에게 잘못을 떠 넘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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