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소변줄과의 사투 / 병원 전원
장과 방광 사이에 누공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1차 충격을 받던 와중, 현재 이 병원에서는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조금 큰일이 아니기 때문에... 심지어 나는 크론병으로 정기적 외래를 다니는 병원이 따로 있었던 터라 그쪽으로 문의를 드려보기로 했다.
잠시 누워있으니 응급실 의사 선생님께서 병원 전원이 확정되었다고. 현재 맞고 있는 수액과 수혈이 다 끝나고 나면 아침 일찍 병원을 옮기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해 주셨다. (이게 얼마나 큰 일이냐면... 나는 현재 제주도에서 약 1년 간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하루아침에 비행기를 타게 된 것.)
그래도 가야지 어쩌겠나...
아침 9시, 제주도에 있던 응급실에서 나와 오후 3시 즈음 경기도 수원에 있는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미리 전원 문의를 드렸던 터라 일 처리는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바로 병원복을 갈아입은 후 할 수 있는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수혈은 기본이고 수액과 항생제 등등을 모두 맞았다. 그리고 소변줄.. 도 꽂았다. 진짜 이건 내 인생 최대의 굴욕이자 통증이자 불편함이다. 소변줄을 꽂는 순간부터 약 3시간 동안 못하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눈물을 흘리고 온갖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낸 것 같다. 엄마 미안.
(아무리 사진이라고 해도 조금 혐오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흑백처리를 한다.)
방광과 장 사이에 누공이 생긴 거라 장에 있는 모든 변과 이물질... 노폐물들이 소변줄을 타고 나오는 상태다. 이 글을 쓰는 현재도 아직 수술을 받기 전이라 같은 상태이지만 병원에서 주는 흰 죽만 먹고 약과 항생제 등등을 계속 복용하다 보니 이전보다는 색깔이 연해지긴 했다. 그래도 소변에 변이 섞여서 나오는 건 별 다를 바가 없긴 하지만.
아무튼 현재 나는 이런 상태다. 크론병 환우인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이런 병도 있구나... 사람 몸이 이렇게 이어질 수도 있구나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주 금요일, 드디어 수술이 잡혔다. 대장항문외과, 비뇨기과, 내과, 소화기내과 등이 한 번에 집도하는 큰 수술이라고 하는데... 사실 아직까진 실감이 잘 나지 않고 무섭기만 하다. 무엇보다 소변줄... 이 지긋지긋한 소변줄과의 사투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아마 다음 글은 수술 이후가 될 것 같은데... 배를 개복해야 하는 큰 수술이니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에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