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to the World Jan 04. 2024

아무것도 모르겠는
나는 일단 가기로 했다.

2024년을 맞이하며.

난 2024년이 다가오는 게 어느 때보다 싫었다. 나에게는 너무 크게만 느껴지는 수능의 해였기 때문이다. 수능을 꼭 봐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도전 삼아, 나도 대학은 가고 싶었기에 시험을 보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수능을 보긴 너무 싫었다. 사실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정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고민하고 그걸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런 유의 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그런 큰 목표를 가지고 시험을 본 적도 없었다. 아예 한 해를 통째로 그거 하나에 바쳐야 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향해 평생을 바친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장담할 수도 없었다.

     

365일이라는 시간이, 사실 24시간도 참 많은 시간처럼 느껴지는 요즘인데 이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 넣고, 빼내고 앞을 향해 나아갈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올해가 눈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사실 지금 매일매일 조심해서 발을 딛으며 2024년을 체험하고 있는 것 같다. 도무지 모르겠는 연도였다. 그런 2024년이 닥쳤다.

     

2023년 마지막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아프니까 그나마 쉴 틈이 생겼다고 마음속으로 괜스레 안도하기도 했다. 뭔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매우 큰 일 날 것 같았고, 한 발짝 내딛기엔 앞이 정말 암흑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서 있고 싶었다.

     

그렇지만 시간은 흘러갔다. 이게 참 잔인하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참 부드러운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현재 2024년의 4일이 지나갔다. 

첫째 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고, 다 잘 될거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둘째 날.

컴디션이 안 좋아져서 쉬는 날이었다.

셋째 날.

이때부터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참으로 마음이 빨리 변하고 시야가 짧다는 걸 볼 수 있는 것 같다. 고작 3일 지났는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로 난 수능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이며 언제 시작해야 할까.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걸 언니는 도대체 어떻게 혼자 한 걸까? 언니에게 진심으로 대단함을 표하는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이렇게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내 모습이 보기 싫다. 나도 이런 내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이럴 때는 기도를 하고 잠시 하던 걸 멈춘다. 나의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이번 글은 좀 신앙적이어질 것만 같다.

     

작년부터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면서 그 생각은 계속 붙들고 있었다. ‘입시 체제에 물들고 싶지 않아.’ 등급이 어느 정도가 나오든 그 등급으로 나를 평가하고 그것으로 나의 인생을 평가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등급이 나오든 난 존재만으로 1등급 인생이다. 그런데 만약에 낮은 등급이 나온다면 좌절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기도했다. “제가 제 모습을 바라볼 때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하나님의 잣대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게 해주세요. 기준이 온전히, 다른 것이 아닌 하나님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이게 올해를 맞이하며 내 첫 번째 기도 제목이었다.

     

그리고 또 기도했다. 무섭다고,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너무 답답하다고, 좀 알려주시면 안 되겠냐고 찡찡 부렸다. 나는 해결을 원했고, 답을 원했다. 내가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하고, 가서 무얼 바라보며 공부를 해야 할지 알고 싶었다. 지금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며 준비를 해야 할지 알려주시기를, 아니 지금까지 해오던 것이 있으니 공부는 어떻게든 해볼 테니 그냥 내 미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힌트를 달라고 애원했다.

     

그렇지만 주님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 말고 그분을 보게 하셨다. 말씀하셨다. “나를 바라보아라.” 그래서 이런 시를 쓰게 되었다.

     

“용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힘찬 기운에
강력한 행운을 가져다줄 것만 같은 용.
그 용의 해의 문 앞에선 내겐
시커먼 바다만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겠고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혼란과 무지만이
실패와 좌절만이
가득할 것 같은 그 바다.

어쨌든 건너가야 한다.
뛰어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려고?'

바다가 보기 싫어
뒤돌아 쭈그려 앉아 있자
한 손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나를 일으켜 세우고
온전히 나의 눈에
그 얼굴의 미소만이 담기게
나의 몸에
내 어깨를 감싸 쥐는 그 손의 힘만이 담기게
손의 소유자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바다를 걸어갔다.
나보다 먼저,
나에게 손짓하곤
다시 한 발짝, 한 발짝.

검은 파도가 일렁인다.
내 발을 간질인다
검은 파도가 계속해서 몰려온다
바다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기 나의 주는
길을 만드시고 계신다.
나보다 앞서 가신다.
나보고 따라오라고 하신다.

검은 바다에 비친
한 줄기 빛만을 바라보며
한 발짝 내디딘다.”
-2023.12.27.수요일.

또다시 잊고 불안해하니까 이 찬양을 들려주셨다.     

“You alone can hold

This heart and all my hope

You’re the author and the architect

Of flesh and bone

My future and my past

This life and all my plans

I’m surrendered on the altar

Light the flame again

     

Whatever your plan is

You will make a way for it

Whatever Your will is

Come and do it here”

-Whatever Your Plan Is, Bethel Music. 

  

이 찬양 가사를 읽고 따라 부르며 고백하게 하셨다. 주님이 나를 책임지고 계신다고. 나를 창조하신 주님께서 나의 삶을 빚어가고 계신다고.

     

어떻게든 내 힘으로 해보려고도 했다. 내가 계획을 짜보려 했다. 근데 잘 안됐다. 잘 모르겠더라. 정말 모르겠더라. 다 모르겠고 너무 답답하고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그냥 포기하고 싶다고 하는 나에게 주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나를 바라보렴.”

    

주님께서 올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신지 나는 모르겠다.

내가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작년에 내가 하고 싶어하고, 

열정 넘치는 마음으로 꿈꾸고 상상했던 그 모든 것들을

수능 때문에 제쳐 놓지 않고 그냥 이어 나가야 할 것 같다.

새로이 시작할 것은 시작하고,

모르니까 일단 가보겠다.

일단 넘어져도 주님 품이니까 안 다친다.

수능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포기하진 않겠다.

내가 나 될 수 있는 것들인데, 수능 그까짓 게 뭐라고.

주님이 이끄심을 믿는다.

나의 길 주님이 다 아신다. 이미 이끄시고 계시고, 나와 함께하신다.

잊지 말자.

잊더라도 다시 주님을 바라보자.

나의 하나님은 멀리 계시지 않는다.


     

2024년도 새로운 성장의 해가 되길 바란다. 모두 Happy New Year♡

매거진의 이전글 바쁘다고 좋은 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