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나무들이 하나 같이 무거운
눈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꼭 너 같다
눈은 지고 있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기 위해 있는 거야
자, 날 따라해봐
흔들흔들
몸을 움직여 눈을 털어내
잘 안 되면
살랑살랑
바람이 도와줄 거야
하얗고 뽀얀 눈을 들어
햇빛의 기운 조금 받아
손 안의 눈을 한 덩이로
바람의 입김
햇빛의 기운
네 손의 온기로
만들어진 작고 하얀 공
어떻게 할래
던져 볼래
좋아
휙
저 멀리 둔덕에
작고 회색빛의
구멍
뽀드득 뽀드득
던진 눈공 주우러 간 다음
이제는 굴리기 시작!
너의 작은 눈공은
너가 굴린 눈덩이가 되어
이제는 눈사람이 되어 있다
봐봐
별 거 아니지?
이제는 눈이 널 무겁게 할 때면
어깨를 피고
눈을 뭉쳐서 공을 굴려봐.
너가 보고 있는 사람 안에
그 눈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눈사람이 웃잖아
바람이 살랑살랑
햇빛이 따스하게 비추는 어느 날
가슴 속 눈덩이 품고
그렇게 꼭 너도 웃기를”
-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