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 헛소리야..?)
1. 어느날 대략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의 직업은 한량입니다."
"......?!"
(정확히 따지면 직업이 한량이 아니라, 내가 가진 강점을 발휘하며 사는 모습이 마치 한량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그런 의미... 그냥 간단하게 쓰느라 저렇게 표현해봤다... 나란 사람, 쓸데없는 TMI도 꽤나 적는 편)
아마 내가 20대 때 이런 말을 들었다면
"전 그런 파렴치한 놈팽이가 아닙니다. 제가 한량이 된다는 것은 저에 대한 모욕입니다. 전 세상을 바꿀 놈입니다. 아니 사람입니다." 라고 강하게 반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내가 세상을 바꾸지 않아도,
나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세상은 알아서 바뀐다'는 것을.
아무튼, "당신의 강점은 한량이다"라는 말은 나에게 충격적이면서도 그와 동시에 '해방감'을 주었다.
해방감이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
이에 대해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 본다.
2. 원래 내 꿈은 '자기계발 끝판왕'이었다.
나의 모든 면을 단련하고 발전시키고 성장하고 싶었다.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지만 내가 얼마나 독한 면을 가지고 있었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한 독기로 나의 목표들을. 아니, 내 인생에 마주하는 '장애물'들을 모조리 부셔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사실 엄청난 놈이라는 것을.
그런데 지금은 다른 모습으로 나를 증명하고 있다.
결혼 후 1년이 지나 아내에게 백수가 되기를 선언하며 3년동안 나만의 세상에 빠져 들었다.
아니, 세상을 넘어 나만의 우주에 빠져들었고, 나만의 우주를 구축해가며 살았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흐르는동안 내가 먹을 밥, 입을 옷, 탈 차, 이동할 버스/전철/택시, 기타 등등에 대한 생활비는 전부 아내의 몫이었다.
그렇게 나는 증명되어 버렸다.
나는 사실 '엄청난 놈'이라는 것을.
(=자기계발 끝판왕 이라고 아내를 속이며 결혼한 뒤 백수 선언을 하며, 완전 소처럼 열심히 사는 아내의 머리위에 올라 탄 검은색 생쥐 같은 엄청난 놈)
진짜 말한 대로 되버렸다.
어떤 모습으로든 '엄청난 놈'이 되버린 것이다.
이상 : 모두가 존경할만한 자기계발의 화신으로 살아가는 엄청난 놈
현실 : 모두가 욕을할만한 백수한량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엄청난 놈
음... 어쨌든 나는 내 머릿속 이상에서도 엄청난 놈이고, 내 인생속 현실에서도 엄청난 놈이다.
오늘의 결론
: 한량우주는 한량이 강점인 '엄청난 놈'이다.
: 그런 엄청난 놈과 함께 사는 아내는? 어마어마한 '엄청난 년'이다.
(이 글을 읽은 아내는 나를 보며 '네 이년!!' 이라고 소리를 지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