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인을 만나고 싶다!"
한동안 남몰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코로나가 터진 2020년, 내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함을 점점 느끼다가 2021년 2월이 되고서야 결심이 섰다. 그리고 나는 아내에게 '백수'가 되기를 선언했다. 이날은 '한량우주'라는 나의 새로운 정체성과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시작점이기도 했다.
백수가 되고, 내가 살고싶은대로 살기로 결심한 이후, 나는 내 인생의 (또 다른) '스승'을 만나고 싶었다.
단순히 특정분야의 지식/정보/전문성 만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대주제에 대해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배움의 방식은 일방적인 티칭/멘토링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그리고 그 안에 서로를 '리스펙'하는. 그런 관계의 스승을 만나고 싶었다.
한마디로 한량우주 답게 'Jonna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 그런데 내가 찾는 귀인은 어디에 있는지 도대체가 알턱이 없었다.
일단 아내와 지지고 볶고 구박하는 걸 보면 이놈의 여편네는 확실히 아니고
- 내가 산책하던 우리집 앞동산에는 없었고
- 내가 자주가던 우리집 근처 도서관에도 없었으며
- 내가 신청했던 새로운 수업과정이나 온라인에도 없었다.
'아... 지금의 나에겐 나를 본질적으로 성장시켜 줄 수 있는 '훌륭한 스승'이 필요한데... 그런 귀인을 만나야 할텐데... 도대체 왜이리도 '귀인 운'이 없는 것일까...' 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얼마전 이런저런 글을 읽다가 문득 알아차림이 올라왔다.
3. "위험한 난관이나 위기의 순간을 맞이해야 '귀인'이 나타난다."
정말 생각해보면, '내 상태가 너무나 멀쩡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시간'에는 귀인이, 스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 탈도 없고, 아무 걱정도 없고, 아무 고난도 없고, 아무 시련도 없고, 아무 도전도 없을 때에는 '귀인이 나타나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난 이게 우주의 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는 늘 '평형'의 상태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내 삶이 이미 '평형'의 상태에 있다면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숨에 허덕거리며 죽을둥살둥하는 상황에 있었다면, 우주의 입장에서는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생긴 것이며, 이는 '평형의 상태가 깨진 것'이다. 다시 평형의 상태를 맞이하기 위해선 죽을둥살둥 하고 있는 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때라야 우주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귀인, 스승을 만나도록 연결해 주는 것'이다.
우주의 관점에서는 '이미 배가 불러서 굳이 배고픈 상태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 굳이 '음식'을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들고, 나는 그동안의 나를 돌아봤다.
나는 과연 어떠한 상태에 있었지?
감사하게도 (반강제적으로 임시휴업에 길에 들어간 백수남편을 먹여 살리는 아주 생활력좋은 범같은) 아내덕분에 '한량우주'로 살면서 저렇게 생각에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간들을 보내며 살았네 그려...
(이러니 내가 만나고 싶었던 '스승'이나 '귀인'을 만날 일이 있나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귀인과 스승을 만나는 기준과 조건들이 정리되자 내 안에 있던 궁금증들이나 답답함들이 대부분 해소되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한 결과가 납득이 되었기에...
4. 그래서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은?
바로 '위험한 난관이나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 말은 '위험을 느낄 정도의 도전을 맞닥뜨려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전에 대한 욕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주 동물적인 사람인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다.
과연... '아내를 행복하게 만드는 백수'인 한량우주에게 어떤 위험과 난관이 찾아올지...
기대하는 바이다...
P.S 아 잠깐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인생 최대 위험한 순간은 '아내가 옆에서 날 째려볼때'인데...
매일같이 위험한 난관과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 눔의 귀인은 왜 안나타나는 거야!!!!
귀인아 어디서 잠만 자고있지 말고 빨리 일어나서 일좀 해라!!!
아내가 이 글도 볼거니까 나 좀 빨리 살ㄹㅕ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