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식 고급 삼합, 보드카와 캐비어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by Dan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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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인생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고민 없이 들어가는 영화가 하나 있다. 바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다. 재즈의 고향인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낭만적이고 따뜻하며 가슴 아픈, 그런 영화이다. 오늘은 이 영화에 나온 몇 가지 식문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백인이지만 부모는 흑인이고 나이는 어린이지만 외모는 할아버지인 벤자민


Fisrt Kiss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며 인생을 경험하던 벤자민 버튼은, 러시아에 정박해 겨울을 보내게 된다. 이때 호텔에서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내려왔던 로비에 책을 보고 있던 엘리자베스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할아버지임에도 어린아이 같이 열린 마음을 가진 벤자민에게 반하게 된다. 이내 둘은 추운 겨울 따뜻한 차를 마시며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매일 밤 호텔 로비에서 비밀 데이트를 즐기게 되는데 내내 차분했던 주인공의 내레이션 중 가장 기대감이 드는 말투가 느껴지는 건 이때가 아닐까 싶다. “한밤중의 호텔은 마법의 성과 같다. 쥐가 뛰어다니고 난방기가 스팀을 내뿜고 커튼은 흔들리고 세상은 평온하고 마음은 편안했다.”그녀와 데이트를 회상하는 벤자민의 나레이션은 시처럼 감미로웠다.

어느 데이트를 하던 날 캐비어와 보드카를 먹어보지 않은 벤자민에게 엘리자베스는 캐비어와 보드카를 먹는 법을 알려주는데, 이때 벤자민은 캐비어와 보드카를 머금고는 이내 말이 없어졌다. 마치 첫 키스를 한 것처럼.

CAVIAR & VODKA

보드카는 무색, 무취의 술이다. 마치 소주처럼. 우리가 삼겹살 혹은 회를 먹을 때 소주가 깔끔하게 느끼한 맛과 비린 맛을 씻어주는 역할을 하듯이 보드카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차가운 보드카의 깔끔하고 화한 맛이 입을 한 번 씻어주어 캐비어의 리치하고 짭짤한 맛과 특유의 향을 더 잘 느끼게 도와준다. 그리고 지금 중국이 최대 생산국이 되기 이전에 러시아가 캐비어의 최대 생산국이었고 보드카가 러시아의 술이었던 점도 아마 둘이 곁들이게 된 것에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 아마 소주가 러시아의 전통 술이었으면 캐비어와 소주를 먹지 않았을까?

보통 이렇게 까나페 형식으로 먹고는 한다

Varieties

우리는 흔히 오 세트라, 벨루가를 캐비어의 등급으로 알지만 사실은 등급이 아니라 품종이다. 단지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가격이 비싸져 우리가 등급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각 품종마다 고유의 맛이 있는데 고급일수록 짠맛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어떤 품종은 너티하고 미네랄리티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크리스탈 캐비어가 각광을 받고 있고 실제로 많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크리스탈 캐비어를 사용하고 있다.

캐비어와 보드카를 머금었을 때 마치 첫 키스를 한 것과 같은 브래드 피트의 표정을 보고 나는 캐비어와 보드카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보드카는 그냥 도수가 쎈 술이었고 캐비어는 그냥 비싸고 짭조름한 생선 알이라고 생각을 했었으니. 혹시나 나처럼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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