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지기로 한 결핍에게

텅 빈 마음 한복판에서조차 사랑이 자란다는 걸 깨닫는다

by 김순현

결핍은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밤을 지새울 때,
마주 보며 웃고도 오래 돌아보게 될 때,
말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천 개의 망설임을 삼킬 때.
그 어둑한 틈을 따라 흘러내리는 것.
결국, 결핍이다.

사람은 비어 있는 것을 껴안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비어 있다는 사실을 감추느라 말이 많아지고,
비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 더 크게 웃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텅 빈 마음 한복판에서조차
사랑이 자란다는 걸 깨닫는다.

인생의 많은 순간들이 그렇다.
무엇이 부족한지 모른 채 걷고,
다 채웠다고 믿는 순간 무너지고,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러나 역설처럼,
결핍은 사람을 무너지게 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단단하게 만든다.

결핍은 날마다 사람을 낡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쉽게 다치지 않도록
말을 아끼게 만들고
쉽게 망가지지 않도록,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한다.

그렇게 결핍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사랑할 때보다,
사랑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더 정직해진다.

그리고 결국,
비어 있음을 받아들인 사람만이
누군가에게 조용히 따뜻해질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결핍이여, 너는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람으로 남게 하기 위해 왔구나.

결핍에게,
한때 나를 무너지게 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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