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져간 것은 문장이 아닌 나였다.

어느 낯선 공간에서 익숙한 내 문장이 걷고 있었다

by 김순현

나는 밤마다 문장을 낳았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활자로 눌러놓은, 내 속의 잔해들

그러다 문득,
어느 낯선 공간에서
익숙한 내 문장이 걷고 있었다

서툰 감정의 곡선을
너는 너무 쉽게 편집했고
나는 너무 오래 울었다

저작권은 법이자
존재의 증거다
그 문장을 쓰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나를 버려야 했는지
너는 알지 못하겠지만

너는 문장을 가져갔을지 몰라도
나는 그 문장으로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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