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스스로 감내해야 할 파편들이었다.
사람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도,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상처는 잔잔히 들이쳤고,
그건 결국 스스로 감내해야 할 파편들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건 아니야"라고 말할 줄 알던 나는
점점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침묵은 갈등을 줄였고,
조용한 미소는 관계를 유지시켰다.
그러나 오래 지속되는 것과 편안한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안정이었다.
나는 관계를 지키는 법은 배웠지만,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는 법은 점점 잊고 있었다.
편안함이란 감정이 이토록 멀게만 느껴졌던 건
누구 앞에서도 완전한 나로 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진심은 조절되었고,
모든 감정은 계산되었으며,
나는 언제나 ‘조심하는 사람’
그러나 조심은 곧 거리였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나는 조심했고,
그건 결국 사랑이라기보다는
무너짐을 미리 방지하는 방어 구조 같았다.
나는 그 옆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같은 방향을 걷는 듯한 착각 속에 서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관계가 피로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은
설렘보다 고단함이 되었고,
설명은 의무가 되었으며,
작은 오해는 쉽게 틈이 되었다.
나는 본래 말이 많은 사람이었고,
진심을 내보이는 데 두려움이 없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아니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람을 피하는 법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삶을 바라는가.
누구와도 얽히지 않는 단단한 고요,
아니면 서로를 조심스럽게 감싸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삶.
사랑하고 싶다.
그 마음은 여전하지만
그 사랑이 나를 침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다정한 말들 아래 숨어 있는 무관심에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여름이 오기도 전에,
나는 이미 상했다.
햇살이 닿기도 전에,
나는 마음속 어디쯤에서 꺾여 있었다.
그러니 이젠,
피어나는 계절에 나를 조금 더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