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사랑할 거야.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결핍을 눈치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by 김순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결핍을 눈치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는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얼마나 오래 버텨낸 끝에서 피어난 것인지
나는 알아보고 싶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쓸 때
나는 항상 정확함을 생각했다.
몇 도의 체온, 몇 초의 침묵,
몇 번의 눈 맞춤으로 시작된 감정이
어디까지 자라나는지를.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감정이 아니라
며칠씩 조용히 물드는 것이니까.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그건 무릎을 꿇고 하는 고백보다
네가 없는 방 안을
오랫동안 쳐다보는 일일 거야.

정확하게 사랑하겠다는 말은
너의 감정을 의심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고,
어떤 날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등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다는 약속이야.

나는 감정이 흐릿한 사람을
선명하게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
흐릿하다는 그 사실조차
그 사람의 일부로 안아주고 싶다.

너를 보며 느낀 나의 사랑이란,
너의 언어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게 아니라
너의 침묵을 곁에서 오래 듣는 일이야.

나는 너를 이해하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너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매일, 정확히, 진심으로 꺼내 들 거야.

그게 나의 사랑 방식이다.
천천히, 차분하게,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속도로.

그러니 안심해도 돼.
나는 너를 정확하게 사랑할 거야.
무리하지 않고, 무해하게,
그리고 몽글몽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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