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숨구멍을 만드는 기술
평화와 여유는 반드시 돈과 시간이 넉넉해야만 얻을 수 있을까? 나 역시 그렇게 믿었다. 머릿속은 뒤죽박죽이고, 퇴근 후 밀려드는 집안일에 지칠 때마다, ‘자기계발도 놓치면 안 된다'는 압박 속에서 늘 이렇게 중얼거렸다.
로또라도 맞으면 남부럽지 않은 최고의 평화를 누릴 텐데...
하지만 정말 돈과 시간이 있어야만 평화와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걸까? 단 3분. 전자레인지 속 레토르트 식품이 데워지는 동안에도, 여러분만의 충분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매주 춤 동호회 수업(오후 4‑6시)을 마치면 곧바로 1·2차 회식까지 달리곤 했다. 저번주는 달랐다. 이틀 전부터 시작된 ‘1일 1 에세이’ 목표를 지키려면 2차 회식은 시간도, 지갑도 버거웠다.
차에 탄 나는 고민했다. “어디서 쓰냐?” 북적이는 카페는 싫었고, 굳이 돈도 쓰기 싫었다. 문득 구름이 몰려 있는 하늘을 보며 반대로 생각했다.
"하늘이 북적이니 들판은 잔잔하겠지. "
그렇게 율동공원으로 향했다. 트렁크에는 이전에 다이소에서 사둔 3,000원짜리 돗자리가 있었다.
공원 들판 한쪽에 돗자리를 펴고, 백 팩을 베개 삼아 누웠다. 휴대전화 타이머를 10분으로 맞췄다. 10분만 잔잔한 평화를 만끽하겠다는 나만의 제약이었다. 설렁설렁 불어오는 바람,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모를 아이들 웃음소리, 부부들의 낮은 대화. 소음은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았다. 흔들림 하나 없는 잔잔한 물 위보다 망망대해의 고루 흔들리는 물결이 더 평화롭다는 말을 지금이라면 백번 공감한다.
“이미 10분 지난 거 아냐?”라고 세 번쯤 눈을 뜨고서야 알았다. 내가 느낀 ‘충분한 평화의 10분’은 3분 남짓도 안되었다. 결국 충분한 평화의 시간을 가지는 데 필요한 것은 긴 시간도, 안정적인 장소를 마련할 돈도 아니었다. 내게 충분한 평화의 시간을 느끼게 한 것은 단 3분의 시간과, 3,000원짜리 돗자리로 마련한 장소였다.
누구든 여유로운 시간과 돈이 있다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평화를 누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아마 바쁜 삶에 의해 강하게 꼬인 감성과 이성을 풀어줄 가위는 ‘잠깐의 의식적 멈춤’ 일지도 모른다. 주말, 공원, 돗자리… 사실 이런 겉 조건 따위는 없어도 된다. 울퉁불퉁한 땅에 겹친 다이소 3,000원어치 돗자리보다, 여러분이 등 기대어 앉아 있는 의자가 훨씬 값나가고 편안하다. 눈을 감고, 생각이 아닌 호흡과 주변에 집중할 3분이면 충분하다. 3분 후 눈을 뜨면, 자 봐라. 레토르트 '가성비 여유'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