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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지만 매력 없는 사람들의 2%

지식인들 사이에서 겸손을 이야기하다

by 불안정 온기

2% 부족한 지식인의 이야기


분명 아는 게 많은데 그것이 도리어 본인의 매력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남들보다 다양한 지식을 안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반응을 끌어낸다.

"아 저 사람은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이구나."
"나보다 견문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네."
"저 만한 지식을 탐구하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와 같은 존경, 놀라움, 호감 등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여러 지식을 섭렵했지만 겸손까지는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들은 아쉽게도 아는 것이 많다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도취된 지식적 우월감에 그저 남들에게 ‘자랑’ 하기 바쁘다. 끝내 하고자 한 모든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내고 나면 기묘한 만족감에 휩싸이며 자신의 자존감 수치를 1 올린다. 듣는 사람이 느끼는 자신의 호감도는 1 내려갔는지도 모르고.



지식 과시의 오만함은 불안으로부터


알랭 드 보통이 쓴 '불안(Stats Anxiety)'에는 사람들이 지식을 과시하는 행위가 지적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지위 불안'에서 비롯된 '사랑(인정)의 갈구'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가치는 그 사람의 성취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평가된다고 느끼기 쉽다. 여기서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가 낮아지거나 남들에게 무시당할지도 모른다는 '지위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은 이 불안의 핵심에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말한다. 즉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인 것이다. 이때 지식은 '사랑'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화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절박한 지식 전달의 욕구는 반대로 남들로부터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여 불안을 없애기 위한 수단이라는 셈이다. 어떤가? 인상적이면서도 그들의 지식 전달의 욕구가 측은해지는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지위 불안'을 넘어서기 위한 '내면 성숙'


이런 지위 불안을 해소하고 측은해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간을 먹으며 성장하는 특징을 가진 '사람'에게 있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굉장히 강한 욕구 중 하나이다. 어쩌면 스스로가 쌓아온 기간과 애정이 긴 분야에 몸담은 사람일수록 그러하다. 이런 꾸준한 축적과 함께 쌓인 인정 욕구도 과연 해소할 수 있을까? 있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불안정한 인정이 아닌 스스로 하는 단단한 인정, 즉 기준이 내면에 자리 잡으면 된다. 알랭 드 보통도 지위 불안은 사회가 주입하는 성공의 기준(높은 연봉, 명예, 지적 우월함)을 비판 없이 수용할 때 시작된다고 한다. "내가 이 지식을 뽐내서 얻는 게 뭐지?", "남들 모두에게 똑똑하다 인정받는 게 내가 원하던 것일까?" 등 자신의 근본적인 욕구를 잘 들여다보며 사회 기준과 견주어보자. 즉 해결책은 타인의 기준이 나에게도 중요한 것인지를 묻는 '왜'다.



마무리


최근에 친구와 새벽에 자존감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다. 나는 '작은 성공의 축적'이나 '쌓이는 전문성'등이 자존감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그런 부분들이 타인의 눈으로부터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듣고 난 친구는 이렇게 얘기했다.


"타인의 인정보다는 내면의 성숙함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내면의 성숙함. 스스로가 만든 단단한 뿌리와 줄기가 자존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히 당연하다. 듣고 나니 도리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렇게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불안정한 자존감을 쌓던 나임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필자는 스스로가 세워둔 단 한 가지 성공의 기준이 있다. 스스로가 행복하다 느끼는 즐거운 삶을 사는 것. 그러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써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어 재화를 축적한다는 수단이 알랭 드 보통이 지적한 사회적 성공의 기준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서일까. 내 행복의 기준이 타인의 시선이 담긴 성공의 기준으로 옮겨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겸손함이라는 내 가치를 지키는 수단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내면 성숙에 집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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