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마을에서 공동육아 안하기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 아이들의 신뢰와 안정

by 문현준 monkey

성미산마을은 공동육아라는 대안 육아 공동체가 잘 형성된 곳이다.


많은 부모들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공동육아를 지향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며, 나 역시 처음에는 그 시스템 안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과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우리 아이들은 단동짜리 아파트 1층에 위치한 가정어린이집에 첫째부터 넷째까지 보내게 되었다.


마을에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첫째와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고, 우리 부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동육아를 지향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을 1순위로 고려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어린이집이다 보니 입소 대기 순번이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가정어린이집에서 형제자매 입소가 가능하다는 원장선생님의 배려를 받았고, 결국 첫째와 둘째는 함께 이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몇 달 후, 우리가 처음에 희망했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입소 의향을 묻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첫째만 입소할 수 있었고, 둘째는 함께 들어갈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우리는 아이들이 이미 적응한 환경과 교사와의 신뢰 관계를 쉽게 깨고 싶지 않았기에 입소를 포기했다. 일주일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둘째의 순번이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첫째를 함께 보낼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상황에서, 둘째만 보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신뢰가 만든 선택,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이후 셋째가 태어났을 때, 우리는 마을 내 공동육아 부모들과 많은 교류를 하며 공동육아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지만, 셋째 또한 기존의 가정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주변에서는 왜 공동육아를 선택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았지만, 우리는 "보내고싶은어린이집 원장선생님과의 의리를 지키려고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이 이미 안정적으로 적응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고, 이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기에 한 부모가 특정 교사에 대한 반감을 품고 일부 부모들을 선동하며 부모와 교사 사이를 이간질하는 일이 있었다. 그 결과, 둘째의 선생님은 두 번 바뀌었고, 마지막에는 몇몇 가정이 새 학기를 하루 앞두고 어린이집을 옮겼다고 통보하는 방식으로 운영에 큰 혼란을 주며 그 부모들과는 인연이 끊어졌다. 이 과정에서 둘째는 불안을 행동으로 표출했고, 남아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장선생님의 적극적인 노력과 새로 오신 선생님과의 교감 덕분에 남은 아이들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고, 신뢰 관계 속에서 어린이집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부모와 교사 간의 신뢰 관계가 아이들에게 주는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체감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바뀌게 되는 상황은 더욱 큰 스트레스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신뢰하는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었고, 셋째도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누나들이 졸업한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공간은 사라졌지만, 신뢰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넷째도 형과 누나들이 졸업한 어린이집에 입소하게 되었지만, 어린이집의 신입 원아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2월 28일자로 결국 폐원하고 말았다. 첫째부터 넷째까지 이어온 우리 가족의 신뢰가 쌓인 공간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어린이집 난민이 되어버린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원장선생님께서 비슷한 규모의 가정어린이집을 알아봐 주셨고, 기존의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조율해 주셨기에 우리는 그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특히 낯가림이 심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던 넷째는 지금의 담임선생님 덕분에 그 정도가 많이 줄었는데, 그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안정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깊이 감사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부모와 교사의 신뢰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결국 어린이집의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느끼는 '관계'며, 부모가 원하는 이상적인 교육기관보다 아이가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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