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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imminglee Oct 09. 2023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개인주의자 선언를 읽어보니

술술 읽힌다. 판사로서 오래 일해오신 작가님이다보니, 아무래도 쉽게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였다.

여러 칼럼을 엮어놓은 듯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어느 칼럼에서는 깊은 공감을, 또 어느 칼럼에서는 슬픔을, 또는 분노를 일으키게 해준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 마치 놀이공원에 들어가서 롤러코스트도 타보고 대관람차에도 올라가보고,  츄러스도 먹으면서 여러가지를 체험하고 온 걸 한 문장으로 말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을 한 문장으로 해보라면, (고심 끝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과 연대할 줄 아는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들려주는 담대한 이야기”

좋은 책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 한다면, 분명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다. 사회에 살고 있는 개인으로서 어떻게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지, 어떤 자세를 가지면 좋을지 고민해보게 해주는 책이니 말이다.


우리 모두 개인주의자가 아닐까

나도 내 삶이 우선인 개인주의자다. 현실을 살다보면 어찌 개인주의자가 아닐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착해빠졌다”라는 말을 욕처럼 쓰곤 하는 사회에서 어찌 개인과 타인을 동시에 우선시 하기란 쉽지 않게 느껴진다.

작가님의 말처럼 어찌 우리 같은 평범한 시민이 이웃을 ‘사랑’까지 할 수 있는가. 그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라면서 참고 사는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다. 타인과 연대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집단의 관점이 아닌, 집단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개개인들으로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면 좋을지 질문을 던져준다.


그러나 편할 때에는 집단주의자로 변신

내부 고발자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내부고발자를 지켜줘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실제 일이 닥치면  ‘저런 사람이랑 어떻게 일해?’ 라고 속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만해도 마찬가지였다. 군대에서 비합리적이고 올바르지 못한 일을 비일비재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합리적인 일들을 싫어하면서, 마음의 편지를 써서 사건을 크게 만드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집단에서는 이런게 당연한거라고 여겼던거 같다.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고 배제하는 움직임에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었다. 사실 어찌보면 비합리적이고 올바르지 못한 일들을 가만히 둔다는 것은 결국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되어 돌아 오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집단의 문제를 들쳐낼 용기는 없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조용히 내부에서 해결해보겠다고 하다가 보면 사건이 해결되는 커녕, 오히려 미운털이 박혀 숙청될 지도 모른다.

이 책에선 한 대학교 이사장이 비리와 관련된 재판을 이야기해준다. 대게 재미있었던 것은 학교의 명성이 실추될 수 있다는 판단에 학생과 교수들 모두 처음에는 이사장 비리를 감추어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사장 일가에 자신들에게 쓰여야 할 돈도 횡령하고, 학교 관련 공사에 리베이트도 받으면서 교내 건물이 부실 건축으로 지어지도록 방조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야 이사장 비리에 대한 내용을 실토했다고 했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야 행동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조직 내 비리나 비합리성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쓸습하지만 어쩌겠나!

개천에서 용이 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는게 안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작가님도 학부모로써 어쩔 수 없이 자녀를 대치동 학원에 보내고 특목고 학부모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나같아도 현실이 삐뚫어져있다고 내 자녀만 세상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다 고꾸라지게 놔두는건 못할 것 같다.

아직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건가 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작가님 상황도 백번이고 이해가 간다. 


비관과 무관심으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작가님이 법관으로서 일하면서 온갖 사건사고들을 비극적인 이야기로만 끝맺지 않았다. 위에서 말한 개천용 관련 이야기도 관심을 갖고 담대하게 이야기하다보면 나아질 거라고 아야기한다. 인간이란 원래 비합리적이고 이기심을 가진 존재이나, 이런 비합리성까지도 고려해 인간과 사회를 복잡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비관과 무관심으로 사건을 바라본다면 나아질 수 없고, 오히려 더 깊은 구렁텅이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중요한건 당장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걸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결국 링 위에 올라가야 하는건 우리들 개인이기 때문이다.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되기 위해선, 내 삶의 주체를 갖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숙명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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