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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우 Jul 26. 2024

나는  갈맷길  2-1 코스에  살고 있다.

나는  갈맷길 2-1 코스에  살고 있다.

나는  갈맷길  2-1 코스에  살고 있다.

끼룩끼룩

겨울이 되면 해운대 해수욕장은 갈매기의 날갯짓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 갈매기들이 다니는 길들은 갈맷길로 부산시에서 조성하였다.

나는  갈맷길  2-1 코스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갈맷길에 별 흥미가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갈맷길인데 뭐 특별한 게 있을까 하며 갈맷길은 외지인들을 위한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늘 눈에 익은 바다,

눈만 뜨면 도는 동백섬

자주 가는 청사포 커피숖     


그런데 감만동 사는 고향 친구가 송정에서 갈맷길 걷기를 한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때 나는 일이 있어 못 가고 다른 날짜를  기약했다.

그리고는 덜컹 날짜를 잡았는데 나는 장소도 보지 않고 큰 기대 없이 친구 만날 요량으로 약속을 했다.

막상 당일 보니 거리도 2시간이나  가야 되고, 날씨도 흐려 썩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이라  무겁게 발길을 옮겼다.

몰운대의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 저녁 5시에 집결이 시작되었다.

친구랑 1011번을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몰운대 앞에  집결했다.

친구가 챙겨준 갈맷길 여행자 수첩에 스탬프를 찍었다.

집결 장소에는 30명 정도의 참가자가 있었다. 5명씩 한 조가 되어 가디언님을 따라 걷기를 시작했다.

 몰운대는 해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여기가 바다인지 육지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다. 날씨는 잔뜩 찌푸려 우산도 없는데, 소나기라도 맞지 않을까  내  맘도  찌푸려   있었다. 내심 좀 실망스러웠지만, 하늘이 하는 일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걸었다.

몰운대를 지나 다대포 해수 욕장으로 왔지만 해무로 인해 바다가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가디언님이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셨지만, 아직 흥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예의로 사진을 찍었다. 여름 성수기라 줄지어  있는  파라솔들이 어렴풋이 보여  그쪽이 바다임을 짐작했다.

그림자의  그림자
다대포  파라솔

오늘은 시간이 많아 놀멍, 즐멍 하면서 걷는다 해서  그 점은 딱 내 스타일이라 맘에 들었다.     

고우니 생태길로 들어설 때쯤, 바다가   뱀이  허물  벗 듯  해무를  벗어  던지자  자태가  드러나면서 멀리 가덕도와 모래톱이 보였다. 조금씩 내 맘에도 흥이 올랐다.

마침 , 고우니 습지 속에 달랑게랑 엽낭게가 기어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동영상으로  봐야  되는데  안올라오는  관계로  ㅠㅠ

자세히 보니 왁자지껄 마치 게들이 시끄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서 한참이나  머물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고우니 생태길을 벗어나 낙동강변을 쭉 따라가니, 해당화 무리가 꽃은 지고 방울토마토 같은 열매를 품고 있었다. 또 금계꽃 무리가 줄지어 있었다.

고니나루쉼터에는 고니 한 쌍이 마주 보고 있었는데 가운데는 하트 무늬가 되었다.

거의 45년 지기의 우리의 우정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1차 휴식을 가지며 서로 가져온 간식으로  인연의 즐거움을  나눠 먹고, 우리도 길가의 여름 꽃처럼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곳에는 부용화가 피어 있었는데 무궁화를 닮았지만 훨씬 컸다. 그리고 예뻤다. 또 “석양 속의 날갯짓”이라는 고니의 날갯짓이 장식되어 있는 작품이 있었는데  앞에서 단체 사진도 찍었다.

석양속의  날갯짓

그곳에는 많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간간히 낙동 강변길을 뛰는 사람들도 보였다.

“노을을 사랑하는 의자”라는 작품은 클로즈업해서 하늘을 배경으로 찍으니 멋진 인증샷이 하나 나왔다. 의자가 나는 모습이랄까!     

부용화
노을을  사랑하는  의자


우린 다시 길을 재촉해 걷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나는 그만 숨이 멎는 줄 알았다다.

난 부산에서는 청사포가 제일 멋있는 줄 알았는데 더 멋진 곳이 있었다. 마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같았다(실제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멋진데 사진이 아쉽다.

장림 포구에 있는 부네치아라고 하는 곳이라 했다. 멀리 멋진 아치형의 다리도 보이고  가장자리로는 많은 요트들이 줄지어 있었다.

부네치아

부네치아에서 나는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사진을 보내고, 외쿡에 왔다고 지인들에게 자랑하였다. 그렇지만 곧 이실직고 하며 부산은 진짜 멋진 곳이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했다

딱 내 취향이라 가족들이나 친지, 이웃, 친구들이랑 같이 걸어 보고 싶다는 욕심을 냈다.  

부네치아 선셋 전망대에서 2차 간식을 먹고 베네치아에 온 듯 기분도 냈다. 옆에 있는 커피숖에서 팀원 중 한 분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주셨다. 맘 좋은 주인장이 도넛이랑 꽈배기도 주셔서 또 간식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다시 길을 재촉해 부네치아에 불빛이 켜지는 야경을 뒤로하고,  을숙도 대교를 지날 때였다.  시커먼 먹구름 뒤로 숨어 있던 저녁노을이 장미꽃보다 더   붉게 얼굴을 붉혔다.     

나도  그렇게  운  나쁜  사람은  아닌가  보다하고 생각했다. 멀리 낙동강 하구둑이 보였다.

을숙도  대교위



남파랑길 4코스 종점에서 휴식을 취하고 신평역에서 팀원들과 헤어졌다.  


나는 오늘 8.2킬로의 거리와   만 칠천보의 걸음을 걸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갈맷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지도 못한 행복감을 느꼈고 부산에 대한 매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갈맷길은 외지인, 외국인, 그리고 갈맷길에 살고 있는 시민을 포함한 모든 부산 시민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 첫 갈맷길 걷기를 참여하고 나서, 또 다음 갈맷길 걷기 참여를 위해 갈맷길 홈피를 서성대고 있다.          

갈맷길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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