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4살짜리 아이랑 외출을 나왔었다. 아이가 쪼르르 뛰어가고 있는데 마치 앞에 자동차가 달려오고 있었다.자동차와 아이의 거리 보다 엄마와 아이의 거리가 더 멀었다. 자동차는 아이를 못 봤는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피했다. 거리랑 속도를 계산해 보았을 때 도저히 애를 데리고 피할 수 없는 거리인데 엄마가 초인적인 힘으로 아이를 살렸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모성애의 초인적인 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였다. 꽤 오래 전에 읽어서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속도와 거리를 계산까지 하면서 모성애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내용이였다
그 글을 보고 나는 엄마가 되면 다 그런 초인적인 힘이 나온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나이 33세 둘째 아이 4살 때의 일이다.
새언니와 조카랑 동래에 있는 낙지집에 밥을 먹으러 갔었다. 그 집이 유명하다며 동래 시장 앞에 있는 곳 이였다. 그런데 그 낙지 집 앞에는 큰 도로여서 차들이 많이 다니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새언니랑 조카가 먼저 나가고, 우리 딸도 밥을 다 먹자 마자 쪼르르 밖으로 나가서 도로를 건너 갔다. 나는 바로 뒤 따라 나갔는데 차가 우리 애한테로 달려 오고 있었다. 나는 애를 구하러 달려 가다가 나도 모르게 차를 피해 잽싸게 도망쳤다.
다행이 차가 우리 애를 발견했는지 아슬아슬 하게 멈추었다. 그래서 불행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당시 많이 부끄러웠다. 자기 살려고 위험한 아이를 구하기는 커녕 그 차를 피해 도망 가다니 말이다. 아이 한테도 많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티비 드라마를 보다 보면 교통 사고가 나기 직전 상대를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나는 제 자신을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피해 도망갔다. 그것도 자신의 자식이 위험에 쳐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모성애가 부족 한 것일까 비겁한 것일까? 모성애라는 것은 본능이고 초인적이라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 내 밑바닥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내 자식이 위험에 쳐해 있어도 본능적으로 피하는, 더더욱 남을 위해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이기적인 인간임을 확인했다.
김수현씨처럼 일본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의로운 죽음을 가진 사람이라든지
세월호에서 혹는 길거리에서 지나가나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을 좀 더 훌륭하게 생각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데 손님들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나의 밑바닥을 가늠해 본다.
종종 일을 할 때라든지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나는 내가 불리한 위치에 처할까봐 비겁한 행동을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어려운 상황을 알면서도 입을 닫고, 다른 사람의 불손함에도 분쟁이 싫어서 침묵한다.
나는 나이 50이 넘었으면서도 비겁하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아직도 하늘의 명을 아는 것이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