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 앞에 죽으면 안 되는 이유
문경 소녀 에세이 1
자식이 부모 앞에 죽으면 안 되는 이유
1999년 2월 ..설날을 6일 앞두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엄마와 나는 장례식장에는 가지 않았다.
오빠의 장례차가 아파트 앞에 까지 왔지만 집 안까지는 들어오지 못했다.
큰오빠는 저렇게 높은 하늘나라까지 갔으면서 18층 밖에 안 되는 높이의 자기 집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엄마와 나는 오빠의 유품 중 신발을 꺼내어 보냈다.낡고 닳은 오빠의 신발은 그의 알뜰함을 대변했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우리 ㅇㅇ이한테 못 해 준 것만 생각이 난다. 부모가 죽고 자식이 후회해야 되는데 나는 어찌하여 자식이 먼저 죽고 내가 후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 울려고 해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때 알았다 눈물이 난다는 것은 아직 슬퍼할 일이 더 남았다는 것을. 슬픔이 크면 마른 눈물이 나서 더 이상 슬퍼할 수도 없다는 것을.
고향집에서 엄마는 뒷밭에 가서 늘 우신다고 하셨다. 신작로로 들어오는 차를 보면 오빠차 같아서 울고 그녀의 작은 눈은 이제 눈물조차 말라서 흘릴 수 없었다.
엄마는 그렇게 묵묵히 고향 집을 지켰지만 오빠가 죽고 얼마 안 있어 단풍이 떨어지는 날 그녀도 홀연히 그가 간 곳으로 단풍과 같이 떨어졌다.
엄마는 단풍과 같이 떨어지다.
여름산은
눈부시게 푸르던 것이
부끄러웠나 봅니다.
가을이 되니
얼굴을 붉히며
저녁노을을 닮아갑니다.
붉은 빛 도는
낯빛의 가을은
낙엽을 떨어뜨리고
가을빛 닮은
붉은 노을 사이로는
해가 집니다.
지는 것들은
붉게 물이 드나요?
당신의 맘은
무엇으로 물들었기에
이 가을 산에 떨어졌나요!
큰 오빠가 죽고 엄마는
“ㅇㅇ가 너무 보고 싶구나.ㅇㅇ가 없으니까 자식이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비티(문경 농암의 지명)에 용한 무당이 죽은 사람 혼을 불러서 만나게 해 준다는데 나도 한 번 가 보고 싶다.너거 오빠 혼이라도 만나게..”
그러시더니 엄마는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그의 아들을 보러 머얼리 떠나가 버렸다.
엄마의 슬픔과 처절한 눈물을 보면서 나는 이 세상 모든 자식들에게 말하고 싶어졌다.
늘 자신의 건강을 우선시하고 사고를 피해 다니라고.
부모를 위한 가장 큰 일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고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날 때도 순서가 있듯이 갈 때도 꼭 순서를 지키라"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