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두부
어떤 작가 분의 엄마의 두부라는 글을 읽었다. 그 글을 읽고 나도 갑자기 우리 엄마의 손두부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 손두부에서는 메케한 연기 냄새, 추운 시골 마을의 어두스러움, 한겨울의 싸늘한 추위가 들어 있었다.
벌써 엄마가 돌아 가신지 25년이 넘었다.
내가 엄마 두부의 맛을 알기 전에 난 엄마를 잃어버렸다.
난 엄마가 두부를 만드는 걸 정말 싫어했다. 설날이 되기 전에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두부를 만드셨다.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엄마의 두부를 늘 그리워하시며 너희 엄마는 두부는 잘 만들었는데 하셨다.
난 엄마가 메주콩을 밤새 불렸다 갈아오면 짜증이 났다.
에이 또 두부 만드나 하고.
내 기억에 엄마는 두부는 꼭 저녁 어둑어둑할 때 만드신 것 같다 .아니면 만들기 시작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 어두워질 때까지 만든 걸 수도 있다. 꼭 사랑방 소죽 끓이는 큰 가마솥에 두부를 만들었는데 난 가마솥을 깨끗하게 씻는 것도 귀찮았다.
가마솥을 깨끗하게 씻고 아궁이에 장작을 때면 메케한 연기가 온 집안을 감싸 안았다.
설이 가까워 올 때는 문경의 촌동네는 눈도 내리고 추위도 살을 에는 데다가 아궁이의 연기가 눈에 들어가 눈물 나기 일쑤였다.
내가 특히 싫어한 것은 두부물이 끓으면 자루에 끓인 두부를 넣고 비지를 걸러내는 작업이었다.
날씨는 춥고 날은 어슴푸레 어두운데 , 뜨거운 두부물을
넣은 자루를 잡아 주는 게 너무 싫었다. 그리고 비지를 걸러내기 위해 그 뜨거운 자루를 꾹꾹 눌러짜서 콩물만 걸러내야 되는데, 그 작업을 도와주는 것도 싫고,
엄마도 고생스러워 보여 , 두부 한모 사면 되지 왜 굳이 집에서 고생하는지, 나는 입이 한 발 나와 있었다.
아버지는 간수를 넣고 콩물이 얼기설기 붙어 있는 순두부를 특히 좋아하셨는데 난 무미 무취의 이걸 왜 좋아하시는지 이해불가였다.
딱 하나 내가 좋아하는 것는 엄마가 두부가 다 눌러졌는지 가 보라 하면 , 두부 끓인 물로 눌러놓은 두부가 굳어졌나 보면서 살짝 떼어먹어 본 기억은 남는데 , 어린 내 입 맛에도 고소했던 것 같다.
또 두부를 만들면 이집저집 한모씩 심부름 가는 것도 싫었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눈곱도 못 떼고 저녁때도 두부 만드는 거 힘들었는데(?) 아침잠도 못 자고 심부름을 가야 되다니 싫었다.
내 엄마의 두부는 그냥 심심한 무맛 무취의 아궁이 연기 맛 가득한, 순두부 맛도 모르는 촌년의 귀찮음이었다.
요즘은 이마트에서도 손두부를 팔고 있다. 두부만큼 만만하고 영양가 있는 식재료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먹어 볼 수도 없는 엄마의 손두부는 내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다. 엄마의 수고스러움, 이웃 간의 정, 아궁이 속의 장작불로 잊히지 않는 그리움과 조금 더 오래 맛 보고 싶었던 소망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