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이야기

엄마의 명절

by 김결희

라이오에서 노래가 나왔다..

갑자기 울컥했다..

엄마의 상을 치르는 동안 그렇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눕고 그제야 눈물이 쏟아졌고

그 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차례장을 보러 가는 차 안에서 훅 올라왔다.


엄마의 첫 차례상 준비를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다.

순전히 내가 편하고 싶어서..


나름 제사음식 베테랑이지만

엄마가 준비했던 모습을 하나씩 상상해 보았다.

엄마는 명절이며 제삿때며 음식을 준비하며

불평하지 않았던 것 같다.

늘 고단했던 엄마지만 왠지 그때는 즐거워 보였다.

기억 속에 엄마의 몇 없는 생기 있는 모습 중

한 장면이다.

평온한 부잣집에 시집갔다면

엄마도 꽤나 알아주는 장금이가 되었으리라.


한때 엄마를 원망했었다.

없는 살림에 뭘 그리 잘 먹이려고 애를 썼나..

살이나 찌고 뱃속에 들어감 그저 똥으로나 나올걸...

한 푼 두 푼 모아 돈으로나 줄 것을...

명절이고 제사 때는 야들한 한우산적이 가득이었고

전복 조림은 또 왜 그리 많이 했던 건지

무 소고기 두부나 둥둥 떠다녔던 다른 집 탕국에 비해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우리 집 탕국..

온갖 해산물이 가득 들어 탕국은

그런 건 줄로만 알았던 우리....

없는 집에서 우리는 먹는 것만은

그렇게 사치스럽게 자랐다.

엄마에게 명절은 그렇게 당당하게 마음껏

사치를 부릴 수 있는 그런 날이었던 것이다.

여자들에게 고단하기만 한 명절이 엄마에겐

자식들 입에 부자의 맛을 넣어 줄 수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얼굴엔 고단함 보다 생기가 있었다.


엄마가 했던 음식을 , 준비의 과정을 회상하며

나는, 우리는 장을 보고 음식을 하고 차려 올렸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엄마처럼 먹는데 먹이는데 진심인 엄마가 되어 있다.


장을 보며 요리를 하며

즐겁고 맛있게 먹어 줄 이들을 상상하며

생기를 얻는다.


없는 살림에도 잘 먹여 준 덕분에

없는 집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자랐고

보는 눈도 먹는 입도 살아서

미식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