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독립출판, 그 이후의 이야기

독립출판으로 얻은 5가지

by 지나

처음엔 독립 출판을 해내면 기껏해야 주변에 책을 나눠주고, 스스로 뿌듯하고, 작가가 되었다는 칭찬과 응원의 말을 들을 것이라는 정도만 예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책을 내고 난 그 이후의 삶에서 새롭고 즐거운 일이 더 많이 생겼다.


책을 내고 난 뒤 나에게는 어떤 삶이 펼쳐졌을까?





1. 책을 낸 작가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온갖 관심을 받는다.


요즘 왠지 모르게 적당히 바쁜 생활을 한다.

그럴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내가 책을 내었다는 사실을 밝힐 때마다 어떤 연령층이든 상관없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칭찬을 해준다.

그런 불같은 관심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쁘지 않다. 아니 사실 좋다. 하핫!



2. 만나는 사람들에게 줄 것이 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에게 내 책을 주겠다는 명분으로 만나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어도 친구는 그냥 만날 수 있지만, 만나지 않은 시간이 너무 오래되다 보면 다시 연락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런 친구와 책을 핑계로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책에는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나머지 나의 부족한 점까지 적혀있어서, 내 책을 선물해 줄 때마다 주고 싶은 마음과 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그럴 때마다 '에라이'하고 내려놓는 마음으로 주곤 한다.



3. 그냥 스쳐 지나갈 법한 사람들과도 더 붙잡고 이야기를 나눌 빌미가 생긴다.


살다 보면 '별'같은 사람이 가끔씩 있다.

나에게 별 같은 사람이란, 나에겐 부족하지만 갖고 싶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그것을 꾸준하게 지속해 나가는 사람이다. 대단하다를 넘어 경외심을 갖게 되는 사람이다. 일반적인 말로 '롤모델'이라는 뜻이다.


가끔씩 별 같은 사람을 만나면, 정말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고 계속 보고 싶지만, 이런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 여럿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실례가 될까 봐 괜히 더 다가가기가 주저되고 더 말을 못 붙이게 된다. 그래서 그 인연을 붙잡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게 되기도 한다. 내 인생에서 마주친 별 같은 사람은 지금까지 5명이 안된다.


그 별 같은 사람 중 2명에게 나의 책을 선물했다.


한 사람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꽃집 대표님이셨는데, 내 책을 읽어보시고서는 자신의 젊을 때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을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시며 응원을 해주었다. 보통이라면 '처음엔 잘 못해도 점점 나아지니 힘내라' 이런 응원을 해주었겠지만, 이 대표님은 원래부터 기세가 좋으신 분이라 승승장구하셔서 나에게 어떻게 적용해 볼 고민해볼 새 없이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에 불만이 느껴지기보다 연예인을 바라보는 팬의 마음으로 마냥 영광스러웠다.


또 한 명의 나의 '별'은, 연기 수업 선생님이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면접 보는 상황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고쳐보고자 연기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나에게 연기 수업은 새로운 세상이었고, 그런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내가 닿을 수 없는 부류의 사람 같았다. 너무 즐거운 수업이 끝나고,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나는 선생님께 나의 책을 선물하며 친필 인을 해드린다는 빌미로 다가가 말을 걸었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너무 좋은 이야기가 오갔고 충만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눈앞에 두고도 스쳐 지나가야했던 이전과 다르게, 독립 출판을 해낸 이후에는 나의 책을 들이밀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용기 있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4.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해 줄 때마다 나만의 원칙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즉석에서 친필 인과 함께 짧은 편지를 써주는 것이었다. 편지를 쓸 때마다 사람들에게 묻는 공통적인 질문이 하나 있었다.


당신은 어떤 삽질을 하고 있나요?


여기서 말하는 '삽질'이란, 내가 잘하든 못하든 간에 도전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나의 독립 출판 책 '취준생 삽질 일기'처럼, 나는 취업 준비생으로의 삽질을 해왔지만, 취업을 한 사람도, 한창 잘나가는 사람들도, 잘 안되는 사람들도, 상황과 나이가 어떻든 간에 누구든 삽질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이 공통 질문을 하며, 한명 한명 어떤 삽질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사람들은 어떤 삽질을 하고 있었을까?

나처럼 취업을 삽질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진짜로 농장에서 하는 삽질, 마라톤, 나를 알리는 일, 매운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해서 병원에 가게 될까 봐 걱정하는 등. 모두 사소하게나마 삽질하는 것은 다양하게 모두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고, 아무리 다 잘되고 있는 것만 같은 사람들에게도 고민거리와 도전하고 있는 것은 반드시 있었다. 그런 삽질들이 우리의 인생을 더 열심히 살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부족한 점은 반드시 있고,
그것은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독립 출판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름 얻은 교훈이다.



5. 가족들의 더 큰 지지를 받게 되었다.


어릴 때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며 별말을 다 하지만, 커갈수록 나의 속 깊은 이야기를 친구들과는 해도 정작 가족들에게 하는 것이 점점 낯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 생각과 감정을 가족에게 드러내는 것이 어색해졌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의 맥락과 생각을 가족들에게 잘 설명해 주지 못했고, 가족들은 내가 무슨 생각인지, 어떤 감정인지 궁금해했지만 내가 먼저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이 우리 가족의 나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해결해 주었다.

가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책을 진지하게 읽어주었고, 내 예상처럼 그동안 가족들은 내 생각을 궁금해했고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나의 이야기를 흡수해 나가기 시작했다.


엄마는, "지나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했었구나. 꼭 뭐가 되어야 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해보렴."

아빠는. "아빠가 말해주고 싶은 것을 지나는 이미 알고 있구나. 지나의 생각대로 계속해 봐."


이렇게 가족들은 나의 이야기와 생각들을 읽고 나를 더 믿고 지지해 주게 되었다.

사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 책을 읽는 것보다, 나를 제일 잘 아는 내 가족들에게 내 책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 큰 관문이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내 책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게 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나의 큰 빽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얼렁뚱땅 어떻게든 해낸 첫 독립 출판이었지만, 아무튼 이렇게 5가지의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미래에는 더 제대로 만들어서 새로운 주제로 한 번 더 책을 내어보고 싶다.



독립 출판에 도움을 주신 '제주패스파인더'와 '파랑책방'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