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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Jan 16. 2022

프로이트 할아버지

최근에 읽은 책들 - 인간의 인지능력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관한 - 모두에서 이 할아버지 이름이 빠지질 않고 나왔다. 지난달 전시를 다녀온 살바도르 달리 마저도 이 할아버지에게서 너무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도저히 이 분의 저서를 한 권이라도 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상황에 처해버다.

이 책은 어렵다. 너무 어렵다. 프로이트는 절륜한 글 솜씨로 유명했다는데, 내 이해 능력에 문제가 있나 보다. 종종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슬프지만 아마 맞는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정보 이해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나의 그것을 그림 그리기로 표현한다. 받아들인 정보를 내 머릿속에서 이런 식으로 저런 식으로 형상화한다. 내가 알아볼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니까, 나의 허접한 그림 솜씨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려운 정보는 그림이 잘 그려지질 않는다. 어쨌든 형상은 선이 닫히면서 만들어지는데, 자꾸 선이 빗나가게 된다. 프로이트 책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이 선들은 자기 멋대로 뻗어있다.

선을 계속 덧대어 그리다 보니 머릿속의 종이가 찢어진 부분도 있다. 아무리 어려운 정보를 만나도 종이가 찢어지진 않았었는데, 아마 이 할아버지의 그림은 나의 강도 이상을 지녔나 보다.

뭐 어쨌든, 나는 내가 좋아한 생각들의 원론을 건드렸다. 소화도 제대로 안된 이 원론이 지금 당장 나에게 대단한 무언가를 주진 않겠지만, 프로이트의 말마따나 무의식의 어딘가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언젠가 이 잠재된 사고가 내 의식 위로 새로운 형태를 띠고 나타날 순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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