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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Nov 29. 2022

d+11872

영단어를 외는 내 마음속을 묘사하자면, ''cliche, 진부한, 상투적인'..."아니 사장님, 그 조건으로 저희는 안된다니까요?"...'어후 저 사람 목소리 정말 크다'...'arcane, 난해한, 비밀스러운, 와 이거 디아할 때 봤던 단어네'..."동우씨 이거 맞는지 체크 좀 해줘요"..."네"...'아 귀찮아'' literally 어지럽다. 이러니 외워도 머릿속에 남질 않지. 망각은 인간에게 축복이라고 했던가. 아이고 진부하다. 말 그대로 클리셰네. 이런 진부한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꼭 저주 마냥 새겨지는 단어들이 있다. 가령 trapezoid, 사다리꼴. Z의 형상이 사다리와 비슷해서 그런가? 이거 분명 모르던 단어인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망각의 채에 걸러지질 않는다. 사다리꼴: 한 쌍의 대변이 평행인 사각형. 사다리꼴이 그냥 사다리꼴이지 한 쌍의 대변이 어쩌고저쩌고, 에휴. 그러니까 네가 진부한 애늙은이인 거다.

내 글을 써서 보여주었더니 늙은 사람의 글 같다고 했다. 글을 쓸 때 어떤 걸 신경 쓰면서 써? '그러니까 말이야, 주어의 위치랑 목적어의 위치를... 조사를... 그리고 글이 소용돌이처럼...' 글이 그냥 쓰이는 대로 쓰면 글이지 뭘 어쩌고저쩌고야. 몇 년째 밀고 있는 이야기는 주인 마냥 늙어버렸다. 이상하다, 왜 쓰이는 대로 썼는데도 진부하지? 진부한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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